‘타우’ ‘R’…“현대·기아차 10년 책임진다”

‘타우’ ‘R’…“현대·기아차 10년 책임진다”

기사승인 2009-02-23 21: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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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타우'와 'R'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새로운 '심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으로, 첨단 기술력과 장인정신이 결합했다. 앞으로 10년 이상 두 엔진은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에 장착될 예정이다. 지난 20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타우와 R을 만났다.

◇세계 10대 엔진, '타우'=현대·기아차 최초의 V형 8기통 엔진 타우(4.6ℓ). 가솔린엔진시험팀장 김우태 이사는 "세계에 나와 있는 V8 엔진 중 이만한 성능을 갖춘 엔진은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1980년대 현대차가 내놓았던 포니, 구형 쏘나타 등의 엔진은 모두 남의 것이었다. 현대차는 84년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 파워트레인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엔진 연구에 본격 뛰어들었고, 91년 첫 작품인 1.5ℓ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7년 간의 신기술과 노하우가 집대성된 것이 타우엔진이다. 2003년 5월부터 설계가 시작됐고, 260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갔다.

타우는 지난달 미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가 선정한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됐다. 이는 현대·기아차 엔진 기술이 선진 업체와 동등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이사는 이제 막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사양했다. 이미 '남들이 쫓아오지 못할 몇몇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타우를 계속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이 비장의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연구진에게 타우는 자식과 같다. 우량아인 만큼 산고도 컸다. 개발 막바지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소음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록 극한의 테스트 환경 속에서 빚어진 문제지만 꼬박 반 년을 이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이시훈 수석연구원은 "2007년 후반기부터는 주말도, 가족도 포기하고 오로지 타우하고만 지냈다"며 "무결점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붙들고 있는 것이 꼭 자식을 낳아 키우는 부모 심정"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의 비결을 묻자 김 이사는 '맨파워'를 먼저 꼽았다. 엔진에 미친 120여명의 연구인력이 있었기에 V8 엔진 개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엔진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바로 엔진을 그리라면 그려낼 수 있는 베테랑 엔지니어 조직이 성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타우는 현재 북미 수출용 제네시스와 모하비에 장착되고 있다. 다음달 나오는 신형 에쿠스에도 달린다. 최고 출력 366마력(국내 기준)의 힘에 8.8㎞/ℓ의 연비를 갖췄다. 연구진은 향후 몇 년 안에 타우의 연비를 현재보다 2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유로5 만족시키는 'R'=현대·기아차가 지난해 11월 차세대 디젤엔진 R를 처음 공개했을 때 업계 전체가 술렁였다. "진짜로 만들어 낸 것 맞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2ℓ급(2.0 및 2.2) 엔진이 200마력의 출력을 냈기 때문이다.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BMW와 폭스바겐, 도요타 등도 동급 최고출력이 170마력대에 머문다. 특히 R엔진은 올 하반기부터 발효될 유럽 배기가스 기준 '유로5'(분진 0.005g/㎞, 질소산화물 0.18g/㎞ 이하)를 국산 최초로 만족시키는 등 친환경성도 겸비했다.

현대·기아차의 디젤엔진 연구 역사는 짧다. 2000년이 돼서야 최초의 독자 기술로 만든 D엔진 양산에 들어갈 정도다. 이 D엔진을 2011년까지 완전 대체하는 엔진이 R이다. 본격 연구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유럽 선진 디젤엔진을 능가하는 명품 엔진을 만들어 낸 셈이다.

2500억원이 개발비로 투입된 R엔진은 D엔진에 비해 25마력 출력을 높였고, 연비는 10% 이상 개선했다. 500여대의 엔진 시제품과 400여대의 시험 차량이 R 탄생을 위해 쓰였다. 1800기압의 고압연료 분사 방식인 '제3세대 피에조 인젝터 커먼레일 시스템', '고효율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자가진단기능의 전자제어식 가변 터보차져' 등 최신의 신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곽세영 승용디젤엔진 설계팀장은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의 대표 디젤엔진과 기술적으로 비슷하거나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최고라는 BMW와 동등한 수준으로 가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곽 팀장은 파워트레인센터의 축적된 기술력,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통과할 수 없는 엄격한 개발 프로세스 등이 현재의 기술력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R엔진은 오는 4월 출시될 쏘렌토 후속(프로젝트명 XM)을 시작으로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등의 후속 모델에 장착된다. 세계 자동차 업체 엔진 라인업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2ℓ급 승용 디젤엔진 시장에서 향후 10년 이상 현대·기아차의 대표 선수로 나설 예정이다. 화성=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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