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4일 박모씨가 서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상속세 부과처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의 상속세액 산출과정에서 미리 자신 몫에 해당하는 재산을 증여받아 상속을 포기한 1순위 공동상속인의 증여재산을 전체 상속재산에 포함시키지 않고 분담비율을 계산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법원의 최종적 법률해석에 앞서 법령을 해석하거나 적용범위를 판단한 것에 불과하므로 법원이 이에 구속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헌재가 지난해 10월 선고한 사건에서 ‘상속인’에 ‘상속포기자’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고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의 판단과 달리 헌재는 지난해 10월 구 상속세법 18조1항에 대해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상속인의 범위에 자신의 몫을 미리 받고 상속을 포기한 사람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헌재와 대법원은 같은 조항을 놓고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두 기관은 이번 사건을 ‘갈등’‘충돌’이라고 표현하는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양대 사법기관의 영역다툼으로 비춰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의 결정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헌법재판소는 엄연히 법률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기관”이라며 “헌재가 엄연히 위헌법률심판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공공연하게 무시하는 것은 잘못”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률의 최종 판단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며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그동안 해온 판단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기관은 1988년 헌재 탄생 이후 영역과 권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이 때문에 2000년에는 두 기관 수뇌부가 만찬을 하며 화해를 모색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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