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이명박 대통령이 26일 다자녀가구에 주택을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처방이지만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출산율 저하는 경기부진과 사회의식 변화에 따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다자녀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있는 만큼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국토해양부는 다자녀가구에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지원 뿐아니라 실질적으로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방법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3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지원책은 특별분양과 국민주택기금 지원이 있다. 특별분양은 전체 공급주택의 3% 범위에서 3자녀 이상을 둔 가구에 우선 배정토록 한 것. 청약 경쟁이 치열한 단지에서는 혜택을 보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중대형 10년 공공임대주택에도 3자녀 특별공급이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일반인보다 청약 기회가 늘더라도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주택 구입시 국민주택기금 이자율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전용면적 85㎡ 이하,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국민주택기금이 보통 1억원까지 대출되지만 3자녀 이상 가구에게는 5000만원이 더 지원되고 이자율도 0.5%포인트 낮다. 특히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주택 공급규칙 등을 일부 고치면 되기때문에 이른 시일 내 시행이 가능하다.
분양가를 낮춰달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분양가 차별화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를 차별화해 다자녀가구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으로는 대한주택공사나 SH공사 등이 신규 분양주택을 우선 매입했다가 향후 저렴한 가격에 되파는 방안 등이 있다.
문제는 민간주택. 민간주택의 경우 정부로서도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물론 정부가 세제혜택 등을 줄 수 있지만 이는 또다른 형평성 논란과 함께 재원확보 문제가 남는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은 다자녀가구의 경우 학비도 많이 나가는 등 지출이 많은데 그러다 보면 주거비 지출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양받는 주체에 따라 분양가를 차별화한 전례가 없어 무자녀 가구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다자녀가구에 분양가를 낮춰주면 나머지 사람들의 분양가가 높아질 수도 있다”며 “또한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다자녀가구 청약도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에 대한 혜택을 늘린다고 해서 바로 출산율이 높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집을 싸게 준다고 해서 아이를 더 낳기는 어렵고 다른 혜택들이 추가적으로 주어져야 정부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양가를 낮출 경우 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어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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