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4일, 기로에 놓인 한나라당

운명의 4일, 기로에 놓인 한나라당

기사승인 2009-02-27 0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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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남은 시간은 4일. 시나리오는 4개다. 여당이 기로에 섰다. 한나라당 선택에 따라 올 한 해 정국 기상도가 그려진다. 정상화될 수도,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26일 "쟁점법안을 단독 처리하면 정국은 파행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처리못하면 한나라당은 앉아서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연말과 달리 강공을 선택한 이유다.

◇시나리오들=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여야 원내대표가 주말 접촉을 통해 막판 대타협을 이뤄내는 것이다. 민주당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법안 등 일부 쟁점법안들에 대해 "합의처리할 수 있다"는 일부 기류가 있다. 문제는 대타협이 실패할 경우다. 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시 세가지다.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 경제 현안 관련 법안들만 처리하는 방안, 경제 관련 법안에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사회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는 시나리오, 미디어 관련법을 포함한 모든 쟁점 법안들을 일괄 처리하는 방법이다.

한나라당 내부 의견은 엇갈린다. 지도부는 미디어 관련법까지 포함해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미디어 관련법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반면 개혁적 초선의원 그룹인 '민본 21'이나 중도성향 의원들은 경제 관련 법안과 일부 사회 관련 법안들만 선별해서 처리하는 '분리처리론'을 선호한다. 민본 21 소속 의원은 "미디어 관련법 상임위 상정은 잘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본회의에서도 직권상정해 처리하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의장의 선택과 예상되는 파장=김 의장은 고심중이다.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물밑 압박도 강화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가까운 한나라당 중진의원에게 "경제 관련 법안들은 직권상정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미디어 관련법은 쉽지 않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디어 관련법은 당 내부에서조차 충분히 조율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성우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미디어 관련법을 포함해 쟁점법안에 대한 입장은 이미 밝혔다. 당 지도부에서 현명하게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강조했다. 무리한 직권상정에는 반대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의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다음달 2일까지 남은 4일 안에 선택해야 한다. 김 의장은 일단 경제 관련 법안 직권상정 의사를 밝혔지만, 한나라당 강경파들은 다르다. 핵심당직자는 "하려면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리처리하면 부담이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과 김 의장이 '쟁점법안 일괄처리'를 선택할 경우, 정국은 장기파행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4월 추경도 단독으로 처리해야 하고, 적어도 9월 정기국회까지는 '야당없는 독주 국회'를 계속해야 한다.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여권만의 독주는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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