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영화 ‘워낭소리’ 관광상품화에 빈축

경북도, 영화 ‘워낭소리’ 관광상품화에 빈축

기사승인 2009-02-27 17:17:05
[쿠키 문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실제 주인공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경북도청이 최근 이 작품 촬영지를 관광상품화했다. 또 경북도청은 관광상품을 놓고 주인공인 최원균 이삼순씨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 영화 흥행에 편승해 수익을 올리려는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북도청은 ‘2009년 경북 주말테마여행’을 시행하면서 ‘봉화 워낭소리’ ‘군위 김수환 추기경 생가’ 등을 관광지로 선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그러자 경북도청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항의 또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라수현씨는 “자신의 부모님이 구경거리가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까?”라고 비난했고, “졸속으로 만든 탁상행정이다” “그냥 그 분들의 삶을 놓아두는 게 도리라 생각하니 부탁드린다” 등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경북도청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경북도청 관계자는 “(영화 주인공인 최원균 이삼순씨와) 상의해 보겠다”며 “뒤늦게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관광상품에서 영화 촬영지는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북에 워낙 관광 자원이 부족해, 홍보 차원에서 영화 제목을 이용했다. 10개월 동안 70회 운영되는 프로그램에서 영화 촬영지를 관광지로 활용하는 것은 한 달에 1∼2회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지가 관광상품화할 경우 노부부의 사생활 침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개봉된 후 영화 촬영지인 경북 봉화군 하눌리에는 관광객들이 몰려가 소 무덤을 파헤치는 등 피해를 줬고, 지난 3일 영화 제작사는 긴급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고영재(40) PD는 ‘워낭소리’ 홈페이지에 “영화를 내일 당장 상영 중지시켰으면 시켰지, 두 분의 일상이 어긋나는 것은 정말 못 보겠다”고 하소연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반인이 대중에게 노출돼 곤욕을 치른 예는 ‘워낭소리’뿐 아니다. ‘맨발의 기봉이’(2006년·240만 관객)의 주인공 엄기봉씨는 유명세에 시달리다 그해 12월 고향 충남 서산을 떠났다가 올해 1월 귀향했다.

또 ‘집으로’(2002년·400만)의 김을분 할머니는 언론과 세인의 지나친 관심으로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 거취를 옮겼다. ‘워낭소리’는 26일 관객 16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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