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작전’ 이호재 감독 “김민정이 김혜수가 아니어야 했던 이유”

[쿠키人터뷰] ‘작전’ 이호재 감독 “김민정이 김혜수가 아니어야 했던 이유”

기사승인 2009-03-01 10:37:00

"[쿠키 영화] 노부부와 소의 동반자적 삶을 그려내 흥행몰이 중인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국내에 다수의 팬을 거느린 세계적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등 인기작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는 영화가 있다. 일명 ‘작전’으로 불리는 인위적 주가 조작 과정을 다룬 영화 ‘작전’이다.

‘작전’은 캐릭터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등장인물의 특징이 뚜렷하게 살아 있다. 어리바리한 외모를 지닌 ‘개미’(개인투자자)로 관객의 눈을 대변하는 강현수를 충실하게 소화해낸 박용하, 개성 넘치는 연기와 재간 넘치는 말재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연기파 배우임을 재확인시켜준 전직 조폭 황종구 역의 박희순, 지성과 미를 겸비한 자산관리사(PB) 유서연 역을 마치 한복 입은 처자의 다소곳한 발걸음처럼 표현해낸 김민정은 이름값을 했다. 여기에 뮤지컬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긴 비열한 증권 브로커 조민형 역의 김무열, 실제로 펀드매니저 출신의 배우로 소위 ‘검은머리 외국인’로 불리는 재미교포 펀드매니저 브라이언 최 역의 김준성,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는 ‘대산토건’의 대주주이자 사건에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박창주 역의 조덕현 등은 역할 비중을 떠나 제각각의 색깔을 남겼다.

‘작전’으로 장편영화에 첫 도전한 이호재 감독을 지난 24일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작전’의 제작사 비단길 사옥에서 만났다. 영화 ‘작전’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이호재 감독은 ‘캐릭터의 향연’이라는 평가에 자신의 역할을 십분 이상 발휘해 준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숨은’ 사연을 공개했다.


이호재 감독은 촬영 전 걱정이 많았단다. 주가 조작이라는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한정된 공간 위주로 진행돼 규모나 볼거리 면에서 다소 부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음이 확인됐다. 되레 공간적 제한 배우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멍석’이 됐고 그들의 호연 덕분에 단점은 장점으로 변했다.

이 감독은 좋은 배우들을 거느린 연출자 해야 하는 일을 잘 알았다. 스토리상에서 ‘배역’이 크고 작을 뿐, 뚜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색깔’이 균등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연출 포인트를 뒀다. 한 배우가 도드라져 보일 경우 작품의 주제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모든 배우의 연기에 만족스러워했다. 그 중, 선을 적절하게 지켜준 김민정의 연기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작전’의 유서연에게서 ‘타짜’의 정 마담을 찾고, 유서연과 정 마담을 평면 비교하며 우위를 논하는 사람들을 위한 부연설명이었다.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김민정의 모습은 영화 ‘타짜’의 설계사 김혜수를 연상시킨다. 김혜수는 ‘타짜’에서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작전’의 김민정은 옷을 벗지 않는다.

여배우의 섹시 코드는 영화 흥행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다수의 감독들은 작품 속에서 필요한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섹시 코드를 차용한다. 하지만 이 감독은 김민정에게 섹시 코드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랬다.


“유서연은 치명적 유혹을 지닌 섹시 이미지와 거리가 먼 인물이죠. 작품 흥행을 위해 불필요한 섹시 이미지를 집어넣는 것은 캐릭터를 깎아먹는 역효과를 냅니다. 도도하고 지적인 캐릭터가 극중 배역과 잘 맞았기 때문에 섹시함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김민정은 각종 영화 시상식 등 공식 자리에서 육감적 몸매를 드러내는 섹시 스타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영화 속 김민정에게 섹시한 모습을 바라지 않았다. 언제나 흥행과 작품성의 양갈래 길에 서있는 연출자의 고뇌, 그 가운데 작품을 택한 이 감독의 연출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감독은 김민정에게 감사해야 할 듯하다. 섹시 이미지와 거리를 뒀음에도 유서연에게는 은근한 섹시미가 뿜어져 나온다. 육감적 환상을 불러일으키되 확인할 수 없는 섹시미가 주는 묘한 긴장감, 그것이 유서연의 매력이다.


김민정은 ‘작전’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을 만큼 유서연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특히 주연 배우로 등장하는 박용하, 박희순과 비교해 출연 비중이 다소 작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영화를 선택했다.

“자산관리사인 유서연은 자금을 대는 인물이라 작전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죠. 관망자적 입장에서 사건을 지켜보기에 분량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극 중·후반부쯤 인공과 연합해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뒤로 갈수록 비중이 커지죠. 출연 분량이 적었음에도 선뜻 출연해 준 김민정 씨에게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 감독은 ‘작전’에 대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라고 정의내리며 “주가 조작이라는 화이트 컬러의 범죄는 비주얼 면에서 재미가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가 또 다른 볼거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한 ‘주식’을 소재로 했지만 지나치게 어렵거나 액션 없이 밋밋한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전문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탐욕과 배신에 무게를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나 즐기면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편 이 감독은 국내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워낭소리’의 약진에 대해 주목했다. “독립영화가 주목받아서 기쁘지만 한 편의 신드롬으로 끝나게 될지, 독립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네요. 모쪼록 ‘워낭소리’가 영화계에 활력을 주면 좋겠습니다. ‘작전’도 ‘워낭소리’와 함께 한국영화에 발전적 계기로 작용하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홍종선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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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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