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명문고에서 학력명문고로 변신한 세광고

야구명문고에서 학력명문고로 변신한 세광고

기사승인 2009-03-03 16:49:02
[쿠키 사회] 청주 세광고는 90년대까지만 해도 야구 명문고로 널리 알려졌지만 ‘공부 잘 하는 학교’는 아니었다. 서울대 합격자 수는 어쩌다 1년에 1, 2명 수준이었다.

그런 세광고가 10년간 변신의 몸부림을 거듭한 끝에 학력 명문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세광고는 2000년에 25명을 합격시킨 것을 시작으로 매년 두 자리 수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2009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도 16명을 합격시켜 특목고를 제외한 일반고 중에서는 전국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세광고는 서울대 외에 전국 의·치·한의대 38명, 연세대 35명, 고려대 33명을 합격시켰다. 미국 듀크대 1명, 도쿄대 등 일본의 유수 대학에도 5명이 일본정부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진학했다. 이같은 성과는 특목고를 합쳐도 전국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성적이다.

기숙사와 교사의 힘

세광고 학력의 비결은 기숙사와 맞춤형 교육, 교사들의 헌신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기숙사. 세광고는 1998년 한빛학사로 명명한 기숙사를 지은 뒤 학년별 성적 상위 신입생 중 성적 상위 40명씩을 학사반에 편성했다. 학사반은 이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전국단위 모의고사와 별도의 선발고사 등 6차례 심사과정을 거쳐 6개월마다 재편성된다. 학사반에 들어가려는 학생들과 퇴출되지 않으려는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3학년이 되면 중간 교체를 하지 않는다. 이런 경쟁을 거치면서 학생들의 학력은 놀랄 정도로 향상이 됐다.

맞춤형 교육. 한빛학사반과 차상위 성적 30명으로 구성된 심화반 학생들에게는 수월성·수준별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들 학생은 1주일에 2∼4회씩 통합논술, 수리구술, 구술면접, 언어, 수학, 영어 등 심화학습을 한다.
학사반은 구술·논술 위주로, 심화반은 수능 위주로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 학사반은 5∼6명씩 그룹스터디도 한다. 일반 학생은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는데 학사반과 심화반은 밤 12시까지 공부한다. 학사반과 심화반의 분위기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전파돼 학교 전체의 면학열기가 높다.

교사들의 헌신. 세광고의 성공비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세광고 출신 교사들은 1990년초 ‘후배들을 제대로 한번 키워보자’고 의기투합해 빈 교실 바닥에 스티로폼과 전기장판을 깔고 밤늦게까지 학생들을 공부시켰다. 현재도 사감 교사들은 매주 1번씩 야간 당번을 맡는다. 학생들의 심화학습을 위해 별도의 교안을 만들어 강의하는 것은 물론 관련 분야의 유명한 대학교수와 외부 학원 강사를 초청, 심화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사교육은 가라

세광고 학생들의 놀라운 학력신장이 주목을 끄는 건 이들이 학원, 개인·그룹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학사반의 1,2학년 학생들은 1주일에 한 차례, 3학년 학생들은 한 달에 한번 집에 다녀오는 것을 제외하면 학교와 기숙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학원을 갈래야 갈수도 없다. 무엇보다 이들은 자기주도 학습이 몸에 뱄다.

올해 서울대 화학부에 진학한 정유진(19)군의 어머니 권순나(54)씨는 “학생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실력을 쌓는 것 같아 안심했다”며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학원교습이나 과외를 받는다는 말에 흔들리지 않고 학교를 믿고 따른 것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광고 학생들에게는 일류 학원 강사보다 든든한 학습도우미가 있다. 바로 세광고 출신 서울대 선배 멘토들이다. 학사관 학생들과 1대1 멘토 관계를 맺은 선배들은 주말이나 방학에 후배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용기를 북돋운다. 특히 멘토가 직접 만들어 후배에게 건네는 ‘오답노트’는 수능 막판 효과적인 마무리와 고득점을 낳는 숨은 비결 중 하나다. 틀린 문제와 그 이유를 적어 놓은 오답노트는 수험생이 잘 빠지기 쉬운 문제의 함정을 비켜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세광 효과

세광고의 기적이 알려지자 청주는 물론 인근 다른 지역 고교들이 앞다퉈 기숙사를 짓는 등 세광고 따라하기 열풍이 불고있다. 청주 뿐 아니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주소를 옮겨서라도 세광고에 입학하려는 문의가 빗발치는가 하면 매년 전국 40여개 고교에서 한빛학사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다. 세광고는 올해 졸업생 350명 중 약 90%인 310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청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전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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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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