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한 가정의 기둥인 40대 실업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들 세대는 대부분 중·고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고 있는 연령대여서 실직 증가가 가정 파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 안양시에 사는 김모(43)씨는 지난 연말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그만둘 때 직급이 이사여서 퇴직금은 없었고, 고작 1달치 월급만 받았다. 지난달부터 생활비가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중학생인 큰 딸은 학원 등록을 포기했다. 매달 붓던 적금과 보험을 해약해 생활비로 충당하고 있다.
다른 일자리를 구하려했지만 어려웠다. 첫 직장부터 건설 관련 일을 해서 그쪽을 알아봤지만 허사였다. 요즘엔 일자리 찾는 일은 지인들에게 부탁하고 본인은 낚시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김씨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8개월 뒤면 나오지 않는다”면서 “실직 뒤 힘이 빠진 아내와 두 딸을 볼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40대의 최근 1년간 실업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3일 고용보험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40대 실업급여 신청자수가 3만157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7% 늘어난 것이다. 그 다음 30대 신청자 증가율이 39%(3만1204명)로 뒤를 이었고, 20대 이하는 33%, 50대 27.7%, 60대 이상 25.4% 순이었다.
40대의 실업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구조조정 방식이 10여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처럼 간부를 먼저 해고하는 경향을 지녀 40대가 가장 일자리를 많이 잃었다.
다른 한편으론 직장을 잃고 재취업한 40대 가운데 상당수가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이 익숙치 않거나 급여가 부족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서 지난 1월 실업급여를 신청한 40대 중 절반 이상인 53.1%는 실직 전 사업장에서 1년도 근무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40대 실직 증가가 사회 전체를 어둡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달 서울 방학동에서는 실직한 40대 가장이 자녀 양육을 걱정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30∼40대를 고용정책 대상으로 빨리 흡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임항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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