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3명이 제약회사로부터 420만달러를 받고 어린이용 향정신성 약물을 판촉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교수 및 강사 1600명이 제약회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폭로됐다. 부속병원 및 연구소 17곳을 포함해 하버드 의대 교수진은 8900명. 무려 18%의 교수들이 연루된 셈이다.
게다가 다국적 제약사 파이자는 149명의 교수들에게 돈을 지불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학생 시위자들의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NYT는 이튿날인 4일 “그간 의료계 관행을 조사해온 찰스 그래슬리 상원의원이 파이자측에 학생 시위자와 관련된 모든 사진과 이메일은 물론이고 교수 149명에 대한 지불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의대 사태가 상원 조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버드 의대와 제약사의 밀애는 그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난해 미국의대생연합의 투명도 평가에서 하버드 의대의 성적은 낙제점인 F. 펜실베이니아대 A, 스탠포드·콜롬비아·뉴욕대 B, 예일대 C에 비해 현저하게 나쁜 평가였다. 적나라한 실체는 교수들의 자진 신고로 작성된 하버드 내부 보고서를 통해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이자는 149명, 머크 130명, 백스터인터내셔널은 9명의 하버드 의대 교수에게 회사 이사 선임과 컨설팅 및 강연 의뢰 등의 방법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교수 중에는 무려 47개 회사에 적을 둔 경우도 있었다. 전 하버드 의대 학장인 조지프 마틴은 학장 재직 10년 중 5년간 백스터인터내셔널 이사를 겸직하며 연봉 19만7000달러를 받아 챙겼다.
개인적 치부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제약사들은 기부와 강의 개설, 교수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는 회사 이름을 딴 5만달러짜리 교수상을, 파이자는 자사 소속 연구자들을 동원해 아예 별도의 강의를 개설했다. 또 상당수 연구는 하버드 의대와 제약사의 공동 프로젝트로 운영됐다.
일부에서는 이런 관행이 불가피하다고 옹호한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이사로 2007년 27만달러를 받은 로리 글림처 교수는 “사기업의 후원이 없었다면 연구실을 운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의대와 제약사는 유착이 아니라 협력관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샤 앤젤 교수는 “기업의 영리 추구와 과학적 의학탐구는 양립하지 않는다. 제약사로부터 돈을 받는 건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제프리 플라이어 의대 학장은 19인 위원회를 구성, 5일 첫 회의를 열고 이해충돌 관련 규정을 재검토키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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