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농사·기금마련’…자립형 경로당, 이번엔 도서관 오픈

‘부업·농사·기금마련’…자립형 경로당, 이번엔 도서관 오픈

기사승인 2009-03-12 17:07:04
[쿠키 사회] 화투나 치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노인정 노인들이 부업과 농사, 폐자재 모으기 등으로 기금을 마련, 이웃을 돕고 최근에는 ‘경로당 도서관’까지 오픈했다.

12일 원주시 흥업면에 따르면 흥업3리 ‘밤골노인정’은 3년전부터 스스로 모범을 보이자며 일감찾기, 이웃돕기, 책읽기, 태극기 연중 게양하기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생동감 넘치는 노인회를 이끌고 있다.

3년전 밤골노인정 회원들이 제일 먼저 한 작업은 우편으로 보내는 신문 접기다. 할아버지 할머니 회원 30∼40명은 요즘도 매주 화요일 노인정에 모여 주문받은 신문을 접는 작업을 하면서 대화로 웃음꽃을 피운다.

이들 회원들은 또 동네 휴경지에 고구마와 콩 등을 심어 팔고, 폐·휴지와 고물 수집 등으로 모두 1000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이렇게 마련한 기금으로 지난해에는 노환을 앓는 주민, 독거노인, 암수술 환자 등에 격려금을 건넸고, 면사무소에는 불우이웃돕기에 써달라고 기부금도 냈다.

이충근(73) 밤골노인정 회장은 “노인회총연합회 등에서 우리 경로당으로 견학을 와서 활발한 경로당 운영에 놀라고 간다”며 “경로당 회원중에 군수와 목사를 지낸 분이 있어 이 분을 중심으로 한마음으로 뭉쳐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소외된 이웃까지 도와주는 밤골경로당의 사업과 다양한 활동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강효찬(70) 노인정 총무는 “갖다 주는 것만 받으면 됐지 남을 돕기는 뭘 돕는다는 거냐” “요가연습할 공간도 모자라고 눈도 침침한데 무슨 도서관이냐”는 등 사사건건 반대하는 회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촌구석에서 하는 일 없이 늙어가기보다 젊은이들에게 모범도 보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도 알고 살자” 등 토론을 통해 이들을 설득해 나갔다. 강 총무는 “단순 작업의 일거리지만 회원들이 신이 나서 하다보니 건강에도 좋고, 좋은 일을 한다는 뿌듯함에 힘이 절로 솟는다”며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가을부터 사업에 착수한 경로당 도서관 조성은 주변에서 적극 호응해 주고, 춘천 강릉 원주 등 곳곳에서 기증해온 책만 1000여권에 달한다.

군수 출신인 박수준(66)씨는 “고구마 경작을 늘리고 장학금도 주는 등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계획”이라며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벌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새로운 경로당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원주=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
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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