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비루한 현실 속 휴먼 스토리?…‘슬럼독 밀리어네어’

인도의 비루한 현실 속 휴먼 스토리?…‘슬럼독 밀리어네어’

기사승인 2009-03-12 17:17:05

[쿠키 문화] 아카데미영화제 8개 부문 등 세계 영화제에서 88개의 상을 받은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빈민가에서 자란 한 청년이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 거액의 상금을 타는 이야기다. 텔레마케터 보조인 자말(데브 파텔)은 우연히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퀴즈쇼에 참가하고, 승승장구하며 최종 라운드까지 오른다.

하지만 경찰은 “빈민가 출신에 배운 것도 없는 사람이 무엇을 알겠느냐”고 자말을 의심한다. 이후 영화는 자말이 어떻게 퀴즈쇼에서 정답을 맞추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퀴즈쇼 사회자가 100달러에 그려진 인물이 누구냐고 질문하면, 자말은 어린 시절에 앵벌이 집단에서 보았던 지폐를 회상하는 식이다.

영화는 2005년 인도에서 출간된 비카스 스와루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후 32개 언어로 번역된 소설은 2007년 프랑스 전역 400여 서점에서 행해진 투표를 통해 파리 도서전 독자상을 받았다.

영화는 원작 이상의 감동을 준다. 소설 속에서 친구였던 캐릭터를 형으로 바꾸고, 원작의 퀴즈쇼 문제도 대부분 수정됐다. 또 주변 인물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영화에서는 주인공에게 집중해 방만한 원작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각색뿐 아니라 영상미도 뛰어나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소년의 질주 장면은 주인공이 쿵쾅거리는 음악을 배경으로 달리던 대니 보일 감독의 전작 ‘트레인스포팅’이 떠오를 만큼 감각적이다. 빈민가의 허름한 지붕과 쓰레기 더미조차 이국적인 배경이 될 정도다.

그러나 감동은 거기까지다. 인도의 비루한 현실 그 자체와, 그 현실을 볼거리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르다. 관객은 인도 빈민가의 기아와 인권 문제보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휴먼 스토리를 보고 어느 정도 감동할 뿐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의 약혼자가 가난한 금잔디의 옥탑방을 보고 “정말 낭만적이다”고 말한 것 같다고 할까. 15세가, 19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유리 기자
hrefmailto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hrefmailto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