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KT-KTF 합병 승인…자산 24조원 초대형 유·무선 통신기업 탄생

방통위, KT-KTF 합병 승인…자산 24조원 초대형 유·무선 통신기업 탄생

기사승인 2009-03-18 21: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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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KT와 KTF의 합병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자산 24조원, 매출 19조원, 재계 10위의 거대 유·무선 통신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이번 합병으로 국내 통신시장은 물론 유료 방송시장까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통신시장은 통합 KT와 SK 통신계열사(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들의 경쟁 활성화로 통신 요금 인하 및 유·무선, 와이브로, 인터넷TV(IPTV) 등을 묶는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조건부 합병 승인=방통위는 KT에 필수설비(전주·관로) 제공 개선, 시내전화·인터넷전화 번호 이동 제도 개선, 무선 인터넷 접속 체계 개선 등 3가지 인가 조건을 달았다. KT는 각각의 개선 계획을 60∼90일 내로 방통위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또 합병 후 3년간 6개월마다 방통위에 인가 조건 이행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KT는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주주들로부터 합병을 최종 승인받을 계획이다. 이어 다음달 16일까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 매수 청구권 행사 기간을 거친 뒤 5월18일 통합 KT 법인을 공식 출범시킬 방침이다. 이석채 사장은 회장으로 승격되며 합병회사는 각 부문장이 책임 경영하는 CIC(회사 내 회사) 체제로 운영된다.

KT-KTF 합병은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 사장의 추진력에 힘입어 두달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지난 1월20일 KT와 KTF 이사회가 합병을 결의한 뒤 SK텔레콤을 비롯한 경쟁사들은 "KT가 통신시장 전체를 독식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두 회사가 합병해도 통신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 조건 없이 합병을 승인했다.

이번 방통위 결정에 대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 KT 경쟁사들은 인가 조건에 포함된 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시장 '빅뱅'=KT그룹 합병은 금융권을 제외한 기업 합병 사례로 2000년 LG전자-정보통신 합병(매출 16조원)을 능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재계 순위도 20위권에서 10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무엇보다 유선통신 절대 강자와 이동통신 2위의 화학적 결합은 통신시장과 유료 방송시장을 뒤흔드는 충격이다. KT와 KTF의 지난해 매출액을 단순 합산하면 20조1311억원. 양사 간 내부거래액을 빼도 18조9471억원이다. SK 통신계열사 합산 매출(13조5360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며 업계 3위인 LG 통신계열사 합산 매출(7조7191억원)의 3배에 육박한다.

외형뿐 아니라 하나로 합쳐진 자금력과 조직력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통합 KT가 막대한 자금을 무선 쪽에 몰아줄 경우 SK텔레콤(점유율 50.5%)이 주도하던 이통시장 판도도 뒤바뀔 공산이 크다. 또 KT는 통합 가입자 정보와 유통망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선전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묶어 파는 결합상품 경쟁에서 한층 유리해진다.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된 KT 경쟁사들은 똑같이 몸집 불리기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유선을 중심으로 무선을 통합한 KT에 맞서기 위해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각각 무선을 중심으로 유선을 합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 업계는 물론 KT가 IPTV에 드라이브를 걸 경우 타격을 입는 케이블TV 업계도 메이저 업체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이 활성화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선 통신요금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 KT는 합병 시뮬레이션 결과, 이동통신 및 방송요금은 가구당 연간 4만원이 내려가고 결합상품 활성화로 가구당 연평균 16만원 인하 혜택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합병으로 방통 융합 서비스가 나올 여건이 조성됐다. KT는 KTF의 3세대(G) 이동통신과 와이브로를 결합한 서비스를 연말쯤 내놓을 예정이다.

◇통합 KT의 과제=KT는 성장 정체라는 난국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아시아 6위권 글로벌 사업자로서 책임도 뒤따른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이 사장은 "합병은 단순히 KT와 KTF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IT산업의 지평을 넓히는 차원"이라며 "향후 5년간 5조원의 생산 유발 및 3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수 부사장도 "융합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 기존 유·무선의 매출 비중을 현재 90%에서 74%로 낮추고 나머지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로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통합 KT가 포화된 내수시장에서 소모적 경쟁만 심화시킨다면 합병의 정당성이 사라지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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