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강원도 역사 이래 도민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 얘기꽃을 피우고 기분 좋아한 적은 없었을 겁니다.”
올해 처음 프로축구에 입성,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강원FC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강원FC는 강릉 홈 개막전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꺾은데 이어 우승후보 서울FC마저 돌려세웠다. 15개팀 가운데 당당히 단독 선두다.
도민들은 “불황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렸다” “너무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강원도 세상이 왔구나” 등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은 ‘하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귀결된다.
목욕탕에서 손님 20∼30명과 함께 서울FC 게임을 관전한 이지종(56·강릉시)씨는 “후반 41분 168㎝의 단신 오하시가 뒷쪽으로 찔러준 패스를 윤준하가 차넣으며 승리에 쐐기를 박자 벗은 줄도 모르고 모두가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며 “나중에 ‘누드 응원’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포츠 종목 하나로 강원도의 위상을 높이고 기를 살리고 있는 현상을 최지용(41) 생활체육 강릉축구연합회 사무국장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라고 했다.
“역사이래 강원도의 위세가 이렇게 보란 듯이 떨친 적이 있었던가. 결코 없었습니다.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험한 산세로 강원도의 힘과 정서가 내면으로만 흘렀지 하나로 결집되거나 외부로 발산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는 “강릉시 성산면 우추리 도배마을 65∼70세 주민 50여명이 관광을 포기하고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 강원FC를 열렬히 응원하는 감동적인 광경을 보았죠. 이것이 바로 진정한 강원도의 힘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강원FC는 5년간의 고심과 3년간의 준비 끝에 6만8886명의 도민주주가 참여해 60억7000만원의 거금을 모아 탄생했다. 강원FC가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이을용 정경호 오하시 등 몇몇 이외에는 대부분 신인이거나 무명선수들이기 때문이다. 30여명의 선수들에겐 1부 2부가 따로 없다. 모두가 주전이다.
따라서 선수들마다 언제 실전에 투입될 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않고 훈련에 실전처럼 임한다. 선수들간 선의의 경쟁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FC 김원동 사장과 최순호 감독은 “언제나 이길 수는 없다”며 “그러나 지키는 축구 또는 수비축구는 하지않겠다”고 다짐한다. 화끈한 공격축구로 팬들의 사랑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한국축구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포석이다.
강원FC의 선전으로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다. 홈 경기때 강릉시내 전체가 축제의 장으로 들썩인다. 식당과 술집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북적이고 치킨가게나 피자집은 배달 주문으로 업주들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생수와 통닭 등 먹을 거리 매출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어난다고 귀뜸한다.
정래영 강릉시 스포츠마케팅 담당은
“홈 개막전 표가 매진된데 이어 서울FC와의 게임때도 강릉시내가 텅 비었었다”며 “2게임을 치르면서 10억 이상의 경제효과를 거두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사진= 강원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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