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의 사례는 1996년 8월 압록강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간첩 혐의로 억류됐던 에번 헌지커 사건이다. 당시 26세였던 한국계 미국인 헌지커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수영으로 도강했다. 이 때 미국은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에 대북 경수로를 지원하는 등 북미 관계가 우호적인 편이었다.
사건은 같은해 11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방북하면서 해결됐다. 북한은 석방 협상에서 벌금 10만달러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재발 방지와 인도적 차원에서 억류된 사람의 몸값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미국은 헌지커를 연금하는 동안 사용한 숙박비 명목으로 5000달러를 북측에 지급하고 그를 데려왔다.
94년 12월에는 주한 미군 헬기가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 휴전선 지역에서 순찰 비행을 하다 북한 영공에서 피격됐다. 이때 붙잡힌 헬기 조종사 보비 홀 준위가 북에 억류됐다. 이때도 리처드슨 주지사가 방북, 북한과 협상을 벌였고 홀 준위는 억류 13일만에 판문점을 통해 무사히 돌아왔다. 북측은 이때 미국에 국제전화료 1만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심각했던 사건은 1976년 8월 미군 2명이 판문점 남쪽 유엔군측 제3초소 근처에서 미루나무 가지를 치다가 북한군에게 살해된 ‘미루나무 도끼 만행’ 사건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폭격까지 고려했으나 북한은 김일성 주석 명의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 사건이 일단락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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