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일본과 4번째 대결인 조 1, 2위전 결과에 따라 4강 상대가 달라진다. 2조에서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꺾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에 이기면 2조 2위인 미국과 맞붙는다. 반대의 경우엔 베네수엘라와 만난다.
◇핵 타선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7경기를 치르는 동안 3할이 넘는 팀 타율(0.309)을 기록하며 무서운 화력을 뽐냈다. 지난 9일(한국시간) 1라운드 미국과의 첫 대결에서 구원 투수들이 줄줄이 실점을 허용하며 6대 15로 패한 이후 단 한 경기도 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과는 두 차례 더 맞붙어 각각 5대 3, 10대 6으로 이겼다.
호세 로페즈(시애틀)와 미구엘 카브레라-카를로스 기옌-매글리오 오도네즈로 이어지는 디트로이트 3인방이 중심 타선을 이루며 상대 마운드를 위축시킨다. 3번 타자로 출장하는 로페즈는 6경기에 출전해 20타수 10안타 2홈런으로 무서운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가며 쓰고 있는 헨리 블랑코(샌디에이고)와 라몬 헤르난데즈(신시내티)도 각각 타율 0.500(10타수 5안타), 0.400(15타수 6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순도 높은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미국 종합병원=2조 2위에 그친 미국은 로스터에 들어있는 전원(28명)이 현역 메이저리거로 구성됐다. 7경기에서 팀 타율 0.303을 기록해 활발한 타격을 보여줬지만, 팀 평균자책이 6.18에 이를 정도로 마운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마운드 불안보다 미국의 발목을 잡는 것은 주전들의 줄 부상이다.
미국은 본선라운드 진출 후에만 주전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어(보스턴), 주전 지명타자 치퍼 존스(애틀랜타), 주전 좌익수 라이언 브라운(밀워키), 우완 셋업맨 맷 린드스트롬(플로리다) 등에 이어 주전 1루수 케빈 유킬리스(보스턴)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짠물 마운드 일본= 일본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평균자책이 1.29에 불과해 4강 진출팀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투수전을 펼쳤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다르빗슈 유(니혼햄),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이 이루는 3선발 체제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확실한 마운드의 우위를 차지한다. 일본이 6경기에서 허용한 실점은 단 7점. 그것도 한국을 상대로만 실점을 허용했을 뿐 쿠바와 중국에게는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김광현(SK)을 파헤치기 위해 전력 분석원을 파견해 시즌 경기를 탐색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쌓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팀 훈련을 실시하는 등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근성의 야구를 펼친다.
◇투지의 한국= 한국 대표팀 가운데 현역 메이저리거는 추신수(클리블랜드) 1명에 불과하다. 4강 진출국 가운데 가장 적은 숫자다. 출전 선수 28명의 연봉을 모두 합쳐봐야 76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대표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올해 받는 연봉이 1700만달러(약 237억원)이니 한국 선수단 전원을 합친 것보다 3배 이상을 받는 셈이다. 종목의 특성상 야구는 투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한국 투수진에는 현역 메이저리거가 단 1명도 없다.
하지만 한국은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뚝심. 누구를 상대해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난적들을 제압하고 있다. ‘재활 공장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김인식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대표팀의 전력을 극대화하는 엔진 오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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