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현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19일 “국회의 요청에 따라 수능성적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요청한 2005∼2009학년도까지의 최근 5년 간 수능 원자료를 결국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능 원자료에는 개별 수험생의 표준 점수, 등급, 백분위 등의 정보가 담겨져 있다. 교과부는 원자료 중에서 수험생 이름과 학교명은 드러나지 않고 지역별로 학교명 대신 기호가 붙여진 자료를 조 의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그간 학교별·지역별 서열화와 과열경쟁을 우려해 수능 성적을 공개하지 않았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는 학력차를 인정하고 자율과 경쟁 원리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엄 실장은 “(조의원에게) 제공될 자료는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학교 및 시·군·구 순위 같이 서열화된 자료처럼 학교와 지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내용의 서약서를 조 의원으로부터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 측도 “연구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적 자료가 한번 외부로 공개된 이상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어떤 식으로든 학교별·지역별 학력차를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연구목적으로만 공개한다고 하지만 자료를 가공·분석하면 시·군·구별 서열화는 물론 학교별 성적자료도 산출해 낼 수 있다”며 “호기심으로 열어본 판도라 상자는 결국 공교육 붕괴라는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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