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한국전력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산업용 등 일부 요금을 평균 4.5% 올렸지만 지난해 원가에 포함되는 연료가격만 평균 50%나 치솟았다. 주택용 요금은 2005년 1.5% 인상된 이후 동결됐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인해 한전으로서는 요금 현실화 문제를 꺼내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창사 이래 첫 적자
한전은 지난해 3조6592억원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1982년 공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판매 증가로 매출은 2007년보다 2조5385억원 늘었지만 연료가격 인상에 따라 영업비용은 6조5277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2007년 영업이익(3300억원)에 비하면 3조9892억원 줄어든 것이다. 영업외이익 역시 외화평가 손실, 이자비용 증가 등으로 8470억원 적자를 냈다.
주요 발전연료인 유연탄(호주산)은 2005년 t당 평균 47.3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27.5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도 t당 평균 49만4000원에서 95만3000원, 두바이유는 배럴당 49.6달러에서 94.3달러로 인상됐다. 한전 관계자는 “원가가 인상돼도 요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아 팔수록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며 “지난해와 올해 예상되는 누적 손실(세전)을 합치면 8조2000억원”이라고 말했다. 1㎾h당 원가는 현재 88.45원이지만 요금은 81.81원(93%)이다.
이에 따라 올해 144% 수준인 한전 및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은 2015년이면 49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달 한전 및 6개 발전자회사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예고했다. 한전측은 “신용등급이 1단계 하락하면 금융비용은 약 600억원이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에너지 소비 왜곡
낮은 전기요금은 낭비를 초래해 국가적으로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1㎾h당 0.102달러로 영국(0.219달러), 프랑스(0.158달러) 등보다 낮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고비용 에너지인 전기를 저렴한 것으로 인식, 난방용 연료 대신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난방용 전력사용량은 2003년 725만㎾에서 2007년에는 1341만㎾로 85%나 증가했다.
하지만 석유나 가스를 전력으로 바꿔 난방용으로 사용할 경우 60% 가량 열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한전측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석유류를 열로 전환하면 80%의 효율을 갖지만 석유를 전기로 바꾼 뒤 이를 다시 열로 전환하면 효율이 35%로 떨어진다”며 “비효율적인 소비는 발전소 건설 등 공급비용 증가를 유발, 결국 요금 상승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사용량은 1000달러당 0.602㎾h로 미국(0.361㎾h), 일본(0.213㎾h) 등보다 훨씬 높다.
지식경제부도 이 같은 문제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윤호 지경부 장관은 최근 원가주의 요금제나 소비자 선택 요금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금 인상에는 정치적 입김이 개입돼 온 만큼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분위기에서는 요금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선 요금 인상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며 “하지만 구체적 인상시기나 폭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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