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의혹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전 정권 인사들 외에 현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박 회장 사건’은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의 관심은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확대될까에 있다. 수사 범위에 따라 여권 권력구도 변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친이계 재선의원은 23일 “전 정권 비리로 시작된 수사가 현 정권 인사들까지 겨냥하게 된 것은 일종의 딜레마”라며 “수사가 어디까지 갈 지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친이계 초선의원은 “(체포된)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정도로 덮어질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나오면 나오는대로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일부 언론들에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대표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된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이며, 박 회장과 수십년간 ‘형님·동생’으로 지내온 관계다. 올초 천 회장과 식사를 함께했던 한나라당 의원은 “천 회장이 박 회장에 대해 ‘나를 친형처럼 모셨다. 박 회장이 부산에서 우리 집 담벼락 근처에서 재봉틀 하나 놓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회고하더라”고 전했다. 천 회장은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이른바 현 정권의 원로그룹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천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천 회장과 가까운 여권 고위관계자는 “천 회장이 수십년동안 알아온 동생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닌데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얘기는 말도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박연차 리스트를 표적사정의 올가미로 악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여권 인사와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검찰은 죽은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전 정권 사람들에 칼을 겨눌 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부패에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부대변인은 “야인이 된 추부길 전 비서관에게 그 정도의 로비가 이뤄졌다면 살아있는 실세들에게는 어떤 로비가 있었을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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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WBC 병역면제 줘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