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실투=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위기를 넘긴 임창용(야쿠르트)은 3-3으로 팽팽했던 연장 10회초 스즈키 이치로(시애틀)에게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맞고 2점을 허용했다. 볼 카운트 2-2에서 던진 136㎞짜리 변화구가 가운데로 밋밋하게 들어오며 안타로 이어졌다.
이미 대타 요원을 모두 소진한 한국으로선 10회말 한 차례 공격으로 뒤집기엔 버거운 점수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인식 감독은 “이치로를 거르라고 사인을 보냈는데 왜 임창용이 승부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사인 미스가 있었음을 밝혔다. 까다로운 이치로를 내보내고 베이스를 채운 상태에서 오른손잡이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를 잡고 불을 끄겠다는 계획이 어긋난 것이다. 임창용은 “사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볼을 던지려 했는데 그만 가운데로 들어가고 말았다”며 실투였음을 인정했다.
◇9회말에 끝냈어야= 2-3으로 쫓기던 9회말 공격에서 김인식 감독은 대타와 대주자를 잇달아 기용하며 배수진을 쳤다. 1사 이후 3번 김현수, 4번 김태균이 볼넷을 골라 출루하자 각각 이종욱, 이택근으로 교체했다. 1점을 뽑아내면 연장전에 들어가고 2점을 뽑아내면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김 감독은 연장 승부보다는 2점을 얻어 승리를 결정짓겠다는 작전을 선택했다. 점수를 낼 확률이 가장 큰 김현수와 김태균을 대주자로 교체했다는 것은 뒤를 돌아볼 수 없음을 의미했다.
1사 1, 2루 상황에서 추신수가 타석에 등장해 기대를 높였지만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2아웃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이범호가 방망이를 돌렸고 좌익수 앞으로 빠져나가는 짧은 안타를 때려 2루주자 이종욱이 홈을 밟았다.
3-3 동점 2사 1, 2루 안타 한 방이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지만 후속타자가 힘도 제대로 못 써보고 삼진 아웃을 당하며 끝내기 찬스를 날렸다.
◇운 좋았던 일본= 구심의 볼 판정은 일본에게 유리했다. 좌우로 좁은 스트라이크 존은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일본 선발투수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가 8회초까지 공을 던질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봉중근의 바깥쪽 공은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 개 정도로 빠져나갔고 이와쿠마의 공은 존에 걸친 것으로 판정돼 한국 타자들의 공략이 더욱 까다로웠다.
3회초 일본의 선두 타자 나카지마가 때린 타구는 내야 깊숙한 곳으로 굴러가 내야 안타로 이어졌고 이어진 타석에서 한국 내야진의 실책이 겹치며 결국 점수로 연결됐다. 7회초에는 이치로가 시도한 번트 타구가 급격히 느려지며 내야에서 멈춰 또다른 실점으로 연결됐다. 8회초 실점 장면에선 이나바 아쓰노리(니혼햄)가 친 타구가 내야 페어지역에 튄 다음 낮게 설치된 펜스 위쪽으로 튀어 오르며 관중이 손을 대 2루타로 인정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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