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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귀를 의심해야 했다. 뮤지컬에 강렬한 록음악이 사용되는 것도 생소했지만 가사에 상말이 들어 있었다. 대놓고 할 말은 하겠다는 듯 수차례 반복됐다. 최근 제작발표회를 통해 공개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중의 한 장면이다.
2006년 5월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시작된 이 뮤지컬은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뜨거운 뮤지컬 중 하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사춘기를 뜻하는 말로 질풍노도의 청소년이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겪는 내면의 불안,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직설적인 가사 못지않게 농도 짙은 애정표현도 화제가 됐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007년 토니상 11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8개 부문을 수상하며 파격이 일탈이 아님을 증명했다.
싱어송라이터 던컨 쉭의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록 음악, 극작가 스티븐 세이터의 대담하면서도 시적인 가사, 안무가 빌 T. 존스의 파격적인 안무는 청소년들의 불안과 억눌린 욕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공연의 수위는 어떨까. 박용호 뮤지컬해븐 대표는 “모든 것은 브로드웨이와 동일하게 할 생각”이라면서 “이 작품이 파격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은 기존의 브로드웨이 공식을 깼기 때문이지 표현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독일의 표현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1891년 독일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똑똑하고 겁없는 소년 멜키어와 사춘기의 혼란을 겪는 모리츠, 멜키어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갖는 벤들라 등이 성장통을 겪는 이야기다.
멜키어 역에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는 김무열이 낙점됐고, 모리츠로는 뮤지컬배우 조정석이 나선다. 벤들라는 오디션을 거쳐 신인 김유영이 뽑혔다. 5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7월4일부터 2010년 1월10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02-744-4337).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