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찰이 최근 잇따른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내부 고발자를 승진시키는 카드를 빼들었다. 비리를 감시하는 내부 요원을 늘리고 자질이 부족한 경찰관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계획도 세웠다.
조길형 경찰청 감사관은 30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비리를 없애는 데 공을 세운 경찰관을 경감까지 특진 조치하는 비리유공 승진제도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비리를 캐낸 실적이 뛰어난 감찰 담당 경찰관이나 동료의 비리를 신고한 경찰관이 대상이다. 경찰에는 범법자 검거 등의 공을 세운 특진 외에도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 공이 있는 경찰관을 승진시키는 행정유공 승진제도가 있었으나 비리 적발을 이유로 승진시키는 제도는 없었다.
감사관실의 박화진 감찰담당관은 특진 공약을 “강희락 경찰청장이 준 커다란 당근”이라고 설명했다. 상당수 감찰 요원이 경감보다 한단계 밑 계급인 경위이므로 자극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의 감찰 요원 중 70∼80%가 경위다. 지금까지는 비리 적발로 공을 세워도 경위까지만 승진했다. 강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이 근무복 입고 강도짓한 일은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비리 근절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경찰은 특정 경찰서 감찰 요원이 인근 경찰서 비리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서울 A경찰서 청문감사관실 직원은 동료에게 제보받은 주변 B·C 경찰서의 비리를 서울지방경찰청에 보고할 수 있다. 자신이 근무하는 경찰서의 부정을 직접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면 객관적으로 감찰할 수 있고, 내부고발자 보호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서별 청렴도 평가를 확대해 자정 경쟁을 이끌 방침이다. 청렴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경찰서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좋은 점수를 얻은 경찰서는 1년에 2억∼3억원의 보너스를 받는다. 경찰관 한 명 당 최대 200만원까지 돌아간다. 전국 경찰서 60여곳에서만 해온 평가를 241곳 모든 서에서 실시한다.
경찰은 특진과 인센티브라는 ‘당근’ 외에 부적격 경찰관 퇴출이라는 ‘채찍’을 휘두르기로 했다. 자질이 부족한 직원을 골라 재교육시키고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쫓아낼 방침이다. 다음달 자질 부족으로 보이는 직원 가운데 교육 대상자와 직권면직 대상자를 솎아낸다.
아울러 경찰은 각 지방청 감찰 요원을 56명 더 뽑아 135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조 감사관은 “자율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사례와 실적으로 비리 척결 의지를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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