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성(上)…장자연 죽음에도 그칠 줄 모르는 ‘스폰’

연예인과 성(上)…장자연 죽음에도 그칠 줄 모르는 ‘스폰’

기사승인 2009-04-02 11:08: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4월에는 연예계에 드리운 ‘권력·금력과 성’의 검은 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스폰’의 실체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지난달 연예계가 발칵 뒤집혔다. 톱스타의 몰래 카메라 폭로전이 아니고 톱 배우와 신인 배우와의 ‘핑크빛 스캔들’도 아니었다. 소문은 무성했으나 그 실체를 잡을 수 없었던 ‘출연을 거래조건으로 한 술시중 및 성상납’에 관한 이야기였다.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한 신인배우 장자연이 남긴 문서를 계기로 ‘장자연 리스트’가 인터넷을 떠돌았고, 당시 술자리에 동석한 동료 배우 등의 증언에 따라 관련 인사들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더 이상 ‘소문’이 아닌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연을 ‘미끼’로 한 성상납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인기와 부를 바라는 신인 및 톱 배우들 그리고 이들의 필요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권력과 재력을 가진 이들의 만남에도 ‘연예인의 성’이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한쪽에서는 성을 주고 다른 쪽에서는 인기를 사거나 유지시킬 수 있는 돈을 주는 단단한 사슬 구조를 흔히 ‘스폰’이라 부른다. 시리즈 첫 번째로 연예인과 이른바 ‘스폰’의 만남에 대해 살펴본다.

톱 배우 B양 6개월에 7억 스폰 계약

일각에서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긴박한 상황이라, 한 젊은 목숨이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한 만큼 ‘성을 매개로 한 거래’가 잠잠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19년차 연예계 베테랑 매니저 A씨에게서 나온 답은 “전혀 상관없다”였다.

A씨에 따르면, 영화 및 드라마에서 활동 중인 톱 배우 B양은 얼마 전 재력가와 스폰 계약을 체결했다. 톱 배우답게 6개월에 7억 원이라는 파격적 대우를 받았다.

연예계 종사자들은 “톱 배우 B양을 비롯해 상당수의 여배우들이 대기업 간부나 광고주 등으로부터 스폰을 받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출연을 대가로 한 술시중 및 성상납을 하는 것과 스폰을 별개의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7년간 연예계에 몸 담아온 C씨에 따르면 “장자연 사건으로 인해 다들 몸을 사리는 분위기이긴 하다. 하지만 성 접대 횟수나 스폰 계약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언제나 그랬듯 지금도 은밀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담동에서 식사 한번…스폰의 시작

지난 5년간 톱 배우들을 매니지먼트 해온 대형 기획사 소속 D씨의 진술을 빌려, 스폰 시작의 공통적 상황을 추려봤다.

연예인들이 직접 나서서 스폰서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매니지먼트 상황이나 제작 여건이 직·간접으로 스폰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다짜고짜 스폰을 제안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아요. 요즘 연예인들은 영특해서 강압적으로 시킨다고 순종하지 않죠.
‘이 자리에 왜 참석해야 하나’ ‘이 사람들을 왜 만나야 하는가’에 대해 설득 합니다. 그리고 첫 자리는 간단한 식사나 차를 마시는 자리를 만듭니다. 연예인과 스폰서의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서죠.”

연예인과 스폰서가 주로 만나는 장소는 서울 청담동 일대다. ‘청담동에 가면 최소 연예인 1~2명은 볼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청담동은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청담동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자주 연예인을 목격하기 때문에 ‘특별한 눈빛’을 오래주지 않는다.

따라서 청담동 일대에서 이른바 ‘스폰 관계자’를 만나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 특히
당사자와 스폰서, 극소수의 인원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일은 더욱 적다.

단기 계약은 모텔, 장기는 ‘안전가옥’ 마련

‘식사 자리’를 통해 서로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편안하고 부드러워지면 매니지먼트 소속 간부는 다시 설득 작업에 들어간다.

“‘모 감독이 술을 먹자고 하던데 어떻게 할지는 네가 판단할 문제다’
‘출연도 못하고 사라지는 애들보다 술자리 한 번 가서 자리 따내는 게 낫지 않냐’는 말로 상황을 몰아가죠. 신입 배우로 소속된 연예인 지망생들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보니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요.”

스폰은 단기와 장기 계약으로 나뉜다.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는 단기 계약으로 본다. 일회성인 경우 지하 엘리베이터와 방이 연결된 고급 모텔로 가는 경우가 많다.

장기 계약은 최소 6개월 이상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다.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폰서가 빌라나 아파트를 구입, 연예인이 거주할 장소를 마련한다. 계약금 조의 거액을 제공하며 생활비 명목으로 일정한 돈과 신용카드 몇 장을 건네준다. 필요한 만큼의 ‘소비’를 가능케 해주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

스폰 계약금, 연예인은 얼마나 받을까

일부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스폰을 원하는 측과 연예인의 ‘연결’을 돕는다. 대부분 소속 연예인이지만 때로는 친분 있는 연예인들에게도 자리를 마련해준다.

연예인을 원하는 사람이 재력가이거나 광고주, 대기업 간부일 경우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철저한 보안 과정을 거쳐 일이 진행된다. 이 때 중간에서 스폰을 알선해주는 브로커나 일명 ‘뚜쟁이’가 개입한다.

연예인의 지명도와 ‘계약’에 관계한 사람의 수에 따라 그 액수는 달라지지만, 대략 보통의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 1억 원 스폰을 계약할 경우 당사자가 받는 수입은 3000만 원선이라고 한다. 은밀한 작업이다 보니 브로커 라인이 복잡하기 때문에 나눠갖는 비율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중간 개입자가 많아질수록 연예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작아진다.

연예 관계자 C씨는 “30%가 너무 작은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계약금 이외에도 생활비와 선물 명목으로 추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결코 적은 배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니저 A씨는 “톱 배우의 경우 3개월에 7억 원, 6개월에 10억 원 등의 계약이 이뤄지기도 하는데 70%, 많게는 80%가 연예인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답했다.

‘어긋난 욕망’들이 빗어내는 스폰 시장 근절돼야

한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사건의 여파는 끝을 모르고 커지고 있다. 그러나 ‘스폰 시장’은 위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자가 있고 공급자가 있는 한 ‘장’은 선다.

시장에는 스폰을 통해 부와 인지도를 얻고 싶어 하는 일부 연예인들의 어긋난 욕망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군소 매니지먼트 대표들, 그리고 권력과 금력을 통해 젊고 아름다운 성을 취하려는 스폰서가 ‘적절한 거래 조건’을 타진하며 떠돌고 있다.

스물아홉 살, 푸르디푸른 청춘의 날에 장자연은 죽음을 선택했다. 고인에게 성상납과 술시중을 강요한 사람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정당한 거래일뿐이라며 죄의식 없이 이뤄지는 일부 성(性) 거래 ‘연예인 스폰’ 문화도 차제에 근절되기를 바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김은주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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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dunasta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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