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비 비싸고 사후관리 갑갑’…웨스트프로그램 졸속 추진?

‘체류비 비싸고 사후관리 갑갑’…웨스트프로그램 졸속 추진?

기사승인 2009-04-06 20:52:02


[쿠키 사회] 정부가 '글로벌 리더 10만명' 양성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웨스트프로그램(한·미 대학생 연수 취업)이 시작부터 값비싼 참가비와 부실한 사후관리로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참가비와 생활비가 3000만원이 넘는 웨스트프로그램이 저소득층에게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없을 뿐더러 청년 실업 대책으로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엔 막막한 체류비용=웨스트프로그램 1기 참가자 최재혁(26)씨는 5일 무거운 마음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최씨는 어학연수에 대한 기대보다 미국 생활에 필요한 체재비 걱정이 더 크다. 최씨는 정부로부터 지원금 1680만원을 받았지만 현지 스폰서 기관에 지불하는 8300달러와 항공료 등을 빼면 남는 돈은 140만원 남짓이다. 첫달 기숙사비 770달러(101만원)를 내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최씨는 3개월 간 어학연수를 마치면 최장 12개월 인턴십을 할 수 있지만 이마저 확정되지 않아 불안한 상황이다.

최씨 가족은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대학에 갓 입학한 여동생이 전부다. 집에서의 생활비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최씨는 "가자마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못 구하면 한 달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웨스트프로그램 1기 참가자 중 최씨를 포함한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포함)는 34명. 정부는 웨스트프로그램 참가자의 50%를 저소득층에서 선발하겠다고 했으나 비용 탓인지 실제 저소득층 참가자는 훨씬 적었다.비싼 참가비는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참가자들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당초 웨스트프로그램 1기로 선발된 인원은 325명이었으나 최종 참가자는 185명에 그쳤다.외교통상부 조사에서 참가 포기자 절반은 "환율 상승 등 경제적 부담 때문에 참가를 포기한다"고 답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프로그램 참가비가 웬만한 여유가 있지 않으면 엄두도 낼 수 없다"며 "집안이 잘 살든 못 살든 두루 신청할 수 있는 여건으로 기획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갑갑한 사후관리= 미국 현지로 출국한 참가자들은 웨스트프로그램 공식 카페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참가자는 지난달 26일 시카고에 도착했으나 현지 스폰서 직원의 불친절과 열악한 홈스테이 시설로 막막했다는 글을 올렸다. 다른 참가자는 "5개월로 알았던 어학연수가 아무 설명도 없이 3개월로 바뀌었다"며 "현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기본적인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전했다. 아이디 'sjtiti'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입국해서 막막했다"며 "인턴 지원단에 전화하면 직접 연락하라고 한다"고 항의했다.

5개월 어학연수를 마치고 시작할 인턴 업체도 아직 윤곽이 그려지지 않았다. 정부는 '공학, 경영, 행정, 서비스 분야'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어떤 업체인지, 유급인지 무급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에 대해 글로벌 인턴 추진 지원단 이명렬 부단장은 "웨스트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하도록 미국에 요청했다"며 "미국 스폰서 기관이 최대한 학생 요구에 맞춰 인턴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는 "미국에서는 시민권이 없는 체류자는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투자에 비해 의미 있는 일자리를 구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