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로켓 발사로 미국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으나 로켓 기술력에서는 한계를 보였다. 북한의 다음 카드는 로켓 발사에 대응하는 미국의 태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북한의 의도대로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을 경우 6자 회담 불참이나 여기자 억류 문제로 시간을 끌다 로켓 추가 발사나 핵 실험 등 최악의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6일 "로켓 발사의 대외적 목적은 미국의 눈길을 끌어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는 데 있다"며 "진전된 로켓 기술로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후 '미사일'로 규정하고 다소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일본의 요청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는 등 국제 사회가 북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더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로켓 발사로 북한 문제가 미국 외교의 우선 과제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사거리 연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기술적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에 새로운 카드를 섣불리 쓰기 보다 당분간 지금까지의 로켓 성과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추가 로켓 발사나 핵 실험으로 긴장을 더 높인다면 현재 가진 로켓 기술의 협상력을 북한이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누적된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시간을 끌면서 미국과 담판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담판은 향후 6자 회담 참가 여부와 미 여기자 신병 처리 문제가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국제 사회가 반대해온 로켓 발사를 북한이 강행했기 때문에 유감 표명이나 낮은 수준의 대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며 "북한이 이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6자 회담 불참을 선언하고 억류된 미 여기자들의 신병 처리를 지연하다 직접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6자 회담 중심국인 미국의 대응 태도와 일본 등 주요 국가의 대북 제제 수위에 따라 북한이 더 강한 카드를 낼 가능성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국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미국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이 미온적일 경우 북한은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으로 다시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반도가 강한 긴장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가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한국이 PSI에 가입할 경우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하거나 서해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서해 도발은 북한 내부 결속 차원에서도 가능성 있는 북한의 카드로 점쳐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