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책은행, 키코 위험성 알고도 팔았다

[단독] 국책은행, 키코 위험성 알고도 팔았다

기사승인 2009-04-08 23:45:00
[쿠키 정치] 국책은행들이 2007년 상반기 비공개 임원급 회의에서 옵션상품의 위험성 때문에 중소기업들을 위한 환헤지 상품으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도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적극 판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중소기업청과 국책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2007년 3월30일 비공개로 열린 ‘국책금융기관 임원급 회의’를 통해 ‘환위험관리 우수기업 우대방안’을 마련했다. 회의에서는 중소기업에게 권장할 환 위험 헤지기법으로 환변동보험, 선물환거래, 통화선물거래, 단기금융거래 등 4가지를 선정했다. 키코 등 옵션상품은 권장목록에서 제외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여러 환헤지 상품중에서 중소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위험성이 적은 기법을 정해 환 관리를 유도하자는 것이 회의 취지”라며 “옵션상품은 환관리 전문가가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말했다.

중기청이 민주당 송영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회의에는 중기청과 금감원 관계자를 비롯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 중기청과 국책은행은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같은해 5월 ‘환위험관리 우수기업 인증제’를 도입해 중소기업들의 환헤지를 적극 유도했다.

그러나 산업 우리 기업은행은 회의 취지와 달리 같은해 7월부터 이듬해 상반기까지 키코를 집중 판매했다. 수출입은행은 판매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국책은행 관계자는 “키코와 같은 옵션상품을 취급한 것은 중소기업의 환 관리 지원보다는 은행의 수익 창출 측면이 더 반영된 것”이라며 “회의에서 논의됐던 방식을 따랐다면 키코로 인한 환차손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거나 도산 위기로 내몰리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은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씨티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은 같은 해 5월과 6월 중기청이 주도한 관련 회의에 참석했고, 7월부터는 ‘환위험관리우수기업 인증제’ 시행에 동참했다. 그러나 일반은행들은 국책은행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키코를 판매했다. 키코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송 의원은 “금융당국의 감독부실과 돈벌이에 급급한 은행의 합작품인 키코 피해를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다”며 “감사원에서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고, 이번 추경예산을 통해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키코란=‘Knock-In, Knock-Out’의 줄임말로 환율이 계약구간내에서 움직일 경우 사전에 약정한 환율이나 현재 환율 중 유리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도록 한 통화옵션상품이다. 환율이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이익을 볼 수 있으나 환율이 계약구간의 하한 아래로 내려가면(knock-out) 계약이 무효화돼 손실을 보게된다. 반대로 상단 위로 올라가면(knock-in) 계약했던 보다 많은 외화를 약정환율로 팔도록 돼있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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