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 불황타파] (3)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알려주는 ‘불황 속 코디법’

[Cool∼ 불황타파] (3) 연예인 스타일리스트 정윤기가 알려주는 ‘불황 속 코디법’

기사승인 2009-04-08 15:50:01


“옷 구입 부담스럽다면,장롱 속 의상 리폼 어때요?”

[쿠키 생활] 서울 청담동 빌라촌이 빽빽한 골목에 자리한 아담한 4층 건물.
이 건물 꼭대기층에 스타일링& 홍보대행사 인트렌트의 대표실이 있다.
유난히 볕이 좋았던 지난 2일, 백화점 쇼윈도처럼 꾸며진 사무실에서 정윤기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남성 1호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답게 세련됨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청바지에 광택이 나는 검은색 재킷을 입고 그 안에 회색 카디건으로 멋스럽게 연출했다. 목에는 쁘티 스카프를 살짝 맸다.
펜처럼 얇고 길쭉한,
특이하면서도 고급스런 알루미늄 티백에 담긴 허브차에 고급 초콜릿을 대접받았다.
그에게‘돈 안들이고 멋 부리는 방법’을 물으러 갔다는게
약간 머쓱해졌다.

어쨌든
‘불황 속 패션 팁을 알려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정 대표는 느닷없이 쟈켓 안에 입은 독특한 디자인의 카디건을 들춰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존에 있는 옷을 리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카디건의 단추 아랫 부분에 있는 흰색 천 보이시죠? 사실 이거 문구점에서 구입한 리본을 덧댄 것이거든요. 그리고 비슷한 컬러의 단추를 달아 봤는데 느낌이 완전 달라졌어요. 보는 사람들마다 특이하고 예쁘다고 하네요. 평범한 스타일의 옷이 이렇게 특별한 의상으로 변한 비결은 리폼에
있어요.”

기자도 리폼할 수 있을까

“입지 않는 옷을 고쳐 입어라.” 말은 참 쉽다. 15년 동안 김혜수와 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스타급 연예인의 패션 스타일을 담당하던 정 대표의 말이라 곧이 들리지 않았다.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리폼해 입을 수 있겠느냐”고 원망을 섞어 되물었다.
사실 ‘멀쩡한 옷을 손보다 망쳐 버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정 대표는 “요즘에는 이대나 동대문, 압구정 등에 잘 하는 수선집이 정말 많다”며 “이 카디건도 직접 수선한 게 아니라 그 곳에 맡긴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 바꾸고 싶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콘셉트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며 “주위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액세서리 등 다른 소재의 소품도 리폼에 사용 될 수 있으니 평소 다양한 아이템을 눈여겨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리폼에 맛들였다’는 정 대표의 리폼 예찬론은 끊어지지 않았다.

“유행이 지난 재킷의 품을 줄여 최신 스타일로 변신 시킬 수 있고 옷깃을 줄이거나 늘여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입을 수 있어요.
입지 않는 청바지에 리본을 덧댈 수도 있고 안 입는 반팔 티셔츠나 색이 변한 티셔츠를 잘라서 스카프나 행커치프(포켓용 손수건)를 만들 수도 있죠. 고장난 손목시계를 잘라서 목걸이로 활용해도 좋고요. 저도 요즘 연예인들의 스타일링일 해 줄 때
리폼을 많이 활용해요. 패치워크(여러가지 천조각을 어긋나게 붙이는 스타일)도 좋고 저렴한 흰색 운동화에 큐빅을 달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운동화를 만들기도 했어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해요. 입지 않고 장롱에 넣어 두는 것보단 한번이라도 시도해 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올해는 1980년대 패션룩이 유행이니 부모님이 젊은 시절 입었던 의상들을 꺼내 고쳐입으면 되지요.”(웃음)

정 대표는 패션 잡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 리폼 노하우를 배우라고 조언한다.
그는 “예쁘고 멋진 스타일을 많이 접하면 리폼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며 “리폼한 뒤에 블로그나 게시판에 올려 다른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윤기가 추천하는 알뜰 아이템 ‘블레이저’

요즘 같은 불황에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구입할 수 없어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정 대표에게 ‘적은 비용으로 패션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 아이템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 대표는 클래식한 블레이저(blazer·얇은 직물로 만든 재킷을 두루 지칭)를 꼽았다.

“블랙이나 남색 계열의 재킷 하나면 A와 B가 둘 다 가능해요. 캐주얼과 정장 등 양극이라 할 수 있는 두 가지 스타일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죠.
최근에 유행하는 프레피룩(Preppy look·사립고등학교의 교복 스타일)도 가능하겠네요. 특히 클래식한 디자인을 추천해요. 기본 제품은 실수할 가능성이 적어요. 명품 브랜드에서도 백년을 넘어서는 기본 아이템이 계속 나오잖아요. 한 시즌 나왔다가 사라지는 디자인 말고 오랜 기간 꾸준하게 나오는 제품에는 모두 이유가 있죠. 클래식한 디자인은 영원한 법이거든요.”

클래식한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잇백(It bag·필수 아이템 가방)으로 주제가 흘렀다.
명품 가방은 경제가 나빠 선뜻 구매하기 어렵지만 만약 꼭 사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그 브랜드에서 수십년에 걸쳐 매해 같은 디자인으로 업데이트돼 출시되는 가방을 고르라고 했다.
정 대표는 특히 "그렇게 고른 명품은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어 아들
딸에게 물려줘도 좋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불황에 명품이 웬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세 패션몰이 즐비한 동대문 상가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 보았다.
정 대표는 “동대문에 자주간다”고 맞장구를 치며 ‘패션 강의’를 이어갔다.


“동대문에 가면 빈티지(Vintage·중고 풍) 액세서리나 정말 이쁜 티셔츠 들이 많거든요. 저도 한 달에 10번 정도 동대문에 가요. 미국 영화 ‘섹스앤더시티 ’에서 고급 신발과 의상만 나오는것 같죠?자세히 보면 명품과 빈티지를 적절히 믹스 매치한 스타일들이에요. 명품으로만 도배한 사람은 오히려 별로예요. 좀 더 효율적으로 꾸밀 수 있으니깐….(웃음). 중저가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에서도 잘 고르면 대박 아이템이 많아요. 불황에는 패션도 전략이죠.”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정윤기는

1970년 인천 출생. 한국과 파리 등을 오가며 의상학을 공부한 그는 94년 광고대행사에서 프리랜서로 연예인에게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이후 패션지와 영화 CF등에서 감각을 뽐내며 ‘남자 스타일리스트 1호’로 이름을 알린다.

현재 맡고 있는 스타는 눈이 부실 정도.
이미연 송윤아 김정은 정우성 이정재 권상우 차승원 손예진 수애 김희애 고소영 김혜수 이혜영 전인화 서태지 김성수 등 특급스타들이 모두 그의 고객이다.
98년 스타일링&홍보대행사인 인트렌드를 설립해 대표로 있지만 요즘도 새벽 촬영장도 마다하지 않는
영원한 ‘현장형’ 스타일리스트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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