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美 필립스선장구하기

영화같은 美 필립스선장구하기

기사승인 2009-04-13 17:26:02
[쿠키 지구촌] 12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에일항으로부터 500㎞ 떨어진 인도양. 해적 4명이 탄 소형 구명보트 한 척과 USS 베인브리지·할리버튼·박서 등 미국 해군 구축함 3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하늘에는 무장 헬리콥터 2대가 떠 있었다. 지난 8일 소말리아 해적에 인질로 잡힌 미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의 리처드 필립스(53) 선장을 구출하기 위한 연합 작전의 현장이었다. 손을 다친 10대 해적 1명이 자수하면서 해적 수는 3명으로 줄어들었다.

함대와 보트 사이의 거리는 1㎞ 남짓. 미 해군은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무력 사용 허가까지 받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3명을 한꺼번에 사살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잠시 후 파도가 높아지는 것에 착안한 해군은 구명보트에 끈을 묶어 먼 바다로 이동시켜주겠다고 해적들을 설득했다. 덕분에 함대와 보트간 거리는 30m까지 좁혀졌다.

이어 해적 3명이 해군의 시야에 잡혔다. 그중 1명은 선장을 AK-47 소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베인브리지 뒷편에 대기하고 있던 해군 특수부대 저격병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확히 3발의 총성이 울리고, 5일간의 해상 대치는 끝이 났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13일 첩보 영화처럼 신속하게 이뤄진 ‘필립스 선장 구하기’ 작전을 보도했다. 선장의 무사 귀환 소식에 케냐 몸바사에서 대기 중이던 앨라배마호 선원 19명은 환호성을 질렀고, 오바마 대통령도 즉각 환영 성명을 표했다. 오바마는 “필립스 선장이 안전하게 미 함정에 승선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해적을 막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전의 성공은 군 총사령관의 능력을 의심받아온 오바마에게는 커다란 정치적 선물이 됐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피랍 사건 직후부터 오바마는 무려 17차례나 보고를 받았으며 이미 10일 밤 무력 사용을 허가하고 11일 병력 증파를 명령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이란 내 미국인 인질 구출작전 실패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아이티 상륙 작전 실패는 이후 정치적 부담으로 남았다”며 “비록 소규모 인질 구출 작전이었지만 오바마에게는 소중한 승리였다”고 평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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