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을 빼자―기업 접대비] 일탈과 거품의 음주문화 바꾸자

[거품을 빼자―기업 접대비] 일탈과 거품의 음주문화 바꾸자

기사승인 2009-04-14 17:11:01

[쿠키 경제] 접대문화 거품의 핵심은 ‘술’이다. 술이 빠질 수 없는 접대문화의 근저에는 술을 마셔야만 친해진다거나 속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한국 사회의 인식이 깔려 있다. 언제 어디서든 살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마실 수 있는 환경도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

2007년 연세대 정우진 교수(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가 추계한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조990억원에 달했다. 술을 마시는데 들어가는 소비지출은 3조원 정도지만 음주 후 사고 발생으로 인해 사람이 죽고 다치면서 그에 따른 의료·요양비와 재산 피해, 생산성과 노동시간 손실 등까지 계산하면 20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제갈 정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예방연구본부장은 14일 “음주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일탈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며 “술로 인한 문제를 문제시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음주 후 발생하는 사고를 개인의 실수 혹은 불운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음주문화를 바꾸려면 캠페인에 그칠 게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술을 팔고 사는 장소나 마시는 장소에 대한 일정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위스키나 와인 등 고급 주류 선호현상도 거품으로 지적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매년 수입되는 위스키와 와인의 가격은 4억달러가 넘는다. 특히 와인은 우아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와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7년 와인 수입액은 1억5036만달러로 2006년 수입액은 8800만달러보다 70%나 폭증한 뒤 지난해 1억6651만달러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 전반이 불황으로 시름하고 있지만 고급 주류는 또 다르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1∼2월 소주 판매량은 전년대비 8.5% 감소했고 맥주도 판매량이 0.6% 줄었지만 고급 위스키로 알려진 ‘싱글 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되레 20.3% 증가했다.

음주문화시민연대 고문을 맡고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값비싼 위스키와 와인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풍조가 술에도 적용되는 게 아니겠느냐”며 “과음·폭음에다 허영심까지 더해진 음주문화를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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