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9일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한국 등 주변국을 폄하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지유샤(自由社)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켰다. 이웃나라의 국민감정은 아랑곳 않는 일본의 ‘역사 도발’이 또 다시 불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담은 고등학교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올해 한·일 간의 ‘역사 전쟁’이 또 한번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보 교육팀은 14일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역사왜곡을 적극 저지하고 대응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동북아역사재단을 찾아 김용덕(65·사진)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역사주권의 수호’는 훼손될 수 없는 가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 ‘후쇼샤(扶桑社) 교과서’와 판박이 수준에 불과한 지유샤 교과서를 검정에서 통과시킨 배경에는 일본의 어떤 노림수가 있다고 보는가.
“지유샤 교과서와 후쇼샤 교과서를 비교해보면 책 내용의 35%는 완전히 똑같고 54%는 조사 정도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하다. 이런 책을 검정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책을 만든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이 검정을 신청한 건 뭔가 사회적 이슈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의 반발이 일본 국내에 뉴스로 전달되면서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중학교에 이어 올해에는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들어간 내용이라면 고등학교 해설서에도 들어가는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중학교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들어갔을 때처럼 과격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독도는 이미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으며 역사적·국제법적으로도 우리 땅인 것이 명백하다. ‘일본이 뭐라고 하든 상대도 안하겠다’는 식의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달 치러질 총선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안정적인 의석을 얻으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자극적 발언을 자제하는 식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내년 한국이 일본에 강제병합된 지 100년을 맞아 준비 중인 ‘2010년 화해프로세스’의 중요한 내용이 될 것 같다.”
-2010년 화해프로세스는 무엇인가.
“2010년 화해프로세스는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양국이 한 시대를 정리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제 더 이상 일본에 대해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발언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과를 한 뒤에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일본은 아직 우리에게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다. 2010년 화해프로세스를 통해 단순한 사과가 아닌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선언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조용한 외교’와 ‘강경 대응’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 같다.
“‘냉정한 외교’, ‘단호한 외교’가 필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역사 분쟁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위안부 문제에서 우리가 내세운 것은 보편적인 논리였다. ‘위안부 문제같은 전시의 여성인권 피해는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 문제’라는 식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해나가자 미 의회가 2007년 이른바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독도 역시 ‘한·일 간의 영토분쟁’이라는 방식보다는 ‘식민주의의 상처와 잔재’라는 방식으로 접근해나가다보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 소규모 민간단체인 반크(VANK)의 활동은 널리 알려져있는데 반해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해서는 지명도가 너무 낮다.
“우리가 현안에 하나하나 반응하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동북아 역사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반크처럼 명백하게 우리 입장이 드러나버리면 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역사교육은 ‘역사가 오늘을 이해하는 바탕이 돼야 한다’는 시각에서 진행돼야 한다.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시대 역순으로 역사를 가르친 적이 있다. 역사는 오늘을 이해하기 위한 총체라는 관점에서 가르쳐야지 단순히 우리나라가 가진 과거의 영광을 암기시키는 식이면 곤란하다.” 만난 사람=전석운 교육팀장, 정리=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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