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5일 공개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가 지역 간 학력 격차를 고스란히 드러냄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지역 간 경쟁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30년 넘게 고교 교육의 근간을 이뤄온 평준화 체제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금기’를 깨버린 ‘MB교육’=수능 성적 자료
공개는 그동안 ‘금기’로 여겨져 왔다. 최고의 공신력을 갖는 수능 성적을 바탕으로 학교·지역별 ‘줄세우기’가 이뤄질 경우 평준화 체제 붕괴, 학교 간 과열경쟁, 초·중등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 등 부작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입 업무를 관장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3학년도 이후 3불(不) 정책 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수능성적 자료 공개가 고교등급제를 악용하는 수단으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수능 성적 자료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전격 공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요구 때문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참석한 안병만 장관에게 자료 공개를 요청했고, 장관은 “사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조 의원의 요청이 없었더라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볼 때 수능 성적 공개는 예고돼 있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학교·지역 간의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MB교육’의 정책 기조는 이미 지난 2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도 확인된 바 있다.
◇평준화 해체 논란 재점화=교과부는 앞서 지난달 19일 수능 성적 자료에 대한 공개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학교, 시군구 순위 등 서열화된 자료와 같이 학교와 지역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자료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자료는 개별 학교명과 성명 정도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16개 시도의 성적과 232개 시군구 중 성적이 우수한 지역의 현황이 그대로 노출됐다. 교육당국의 공언이 ‘공언(空言)’이 돼버린 것이다.
수능 성적 자료 공개는 향후 서열화 논란과 학교·지역 간의 과열 경쟁을 촉발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학교 선택권이 없는 현 평준화 체제에서 지역 간 학력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된 만큼 평준화 체제를 유지해야 하느냐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은 “(교육당국은) 수능성적이 좋은 지역으로 학생, 학부모의 ‘교육엑소더스’를 부추기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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