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출입기자 10여명이 조폭으로 추정되는 일명‘깍두기’ 부대원 40여명과 조우, 심상찮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주당 출입기자들은 16일 정세균 원내대표의 재보궐선거 전주 유세를 취재한 뒤 당직자들하고 오후 8시쯤 전주시내의 한 한정식집에 갔다.
하지만 기자들은 관광 버스에서 내린 뒤 발걸음을 멈췄다. 눈 앞에 검은색 양복과 짧은 머리 등 조폭으로 추정되는 수십명의 남성들이 한정식 집 대문에서 정원을 지나 식당안 현관까지 20여m 거리를 두줄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열한 사람만 40명에 육박했다.
당황한 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도열 앞에 도착한 버스에서 남녀 젊은이 십수명이 우르르 내려 한정식집으로 들어오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내린 기자들과 도열한 검은 양복맨들 사이에서 잠시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 질세라 눈싸움도 주고받았다.
이때 모 여기자가 “기사마감이 늦었다”며 노트북을 들고 후다닥 식당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어색한 정적이 깨졌다. 나머지 기자들이 용감한(?) 여기자의 뒤를 따라 우르르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A신문 여기자는 양복맨 중 외모가 앳돼 보이는 한명에게 “누구세요”라고 용감히 물었고, 그가 답변을 못하고 당황해 하자 뒤쪽에 형님 조폭으로 추정된 사람이 “영화찍는다”고 답변했다. 물론 영화 스태프나 카메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정식집에 들어서자 방마다 조폭 수뇌부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조용히 식사중이었다. 궁금증을 못참은 일부 기자들의 취재결과, 이들 양복맨은 우두머리급 인사의 딸 결혼식차 이곳을 찾은 것으로 확인했다.
한 여기자는 이들의 출현에 대해 “민주당 대표가 내려와서 지방 관계자들이 마중나온줄 알았다”면서 “지방은 아직도 이렇게 정치하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조폭 추정 인물들과 마주한 느낌을 피력했다. 또다른 기자는 “영화속에서만 보던 장면을 직접 접하다보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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