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법원이 20일 ‘미네르바’ 박대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전기통신기본법의 처벌 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박씨가 자신의 글이 허위의 사실임을 인식하고 있었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이 없었므로 무죄”라고 판시했다. 설사 그릇된 사실이라도 인터넷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원, 인터넷 언론자유 힘 실어줘=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은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범위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씨는 지난해 포털사이트 아고라에 경제 관련 전망을 담은 글을 올렸고 이 분석이 실제와 맞아 떨어지면서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그는 공익을 해치는 허위 사실이 담긴 글을 올린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전격 체포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박씨가 작성한 허위 글 때문에 국가 신인도가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박씨의 글에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있지만 박씨가 자신의 글을 허위의 사실로 인식하고 있었다기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글이 실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사실로 판단해 올렸기 때문에 전기통신기본법의 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논란 끊이지 않는 전기통신기본법=전기통신기본법은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전제가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위헌 논란에 시달려왔다. 박씨 변호인 역시 지난 3월11일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모태는 1961년 12월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제정한 전기통신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법이 만들어질 당시 인터넷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그런 것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지금 이를 적용하는 것은 궁여지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해서는 “전기통신기본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는 ‘공익을 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허위 통신’이라는 점에서 법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은 명확한 개념”이라며 기각했다.

◇네티즌, 당연한 결과 vs 최종판결 봐야=법원의 미네르바 무죄 판결에 대해 네티즌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아이디 ‘change’를 쓰는 한 네티즌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터넷에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썼다고 잡아가는 것이 말이 되냐”며 “오랜만에 접한 정의로운 소식에 기쁨을 금할 길이 없다”고 이번 판결을 옹호했다.

미네르바의 행동은 도가 지나쳐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아이디 ‘rlaehdghrytn’는 “반드시 항소해야 한다”면서 “미네르바 같은 사람이 이 땅에서 헛소리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데 이대로 방관할 것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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