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차명계좌 어떻게 찾았나

정상문 차명계좌 어떻게 찾았나

기사승인 2009-04-22 16:04:01
[쿠키 사회]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꼭꼭 숨겨뒀던 차명계좌가 드러난 배경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록까지 파헤친 검찰의 집요함이 있었다.

검찰이 처음 주목한 돈은 3억원이었다. 정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돈이다. 정씨는 처음엔 자신이 돈을 받았다고 했지만 나중엔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저의 집에서 받아 사용했다’는 해명이 있은 직후였다. 이로 인해 정씨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 입장에서는 뭔가 이상했다. 진술이 번복된 게 이상했고, 청와대가 아닌 서울 한 호텔로 간 돈의 첫 경로도 이치에 맞지 않아 보였다. 돈이 권 여사에게 갔다는 객관적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다. 검찰은 그 때부터 3억원의 진짜 행방을 찾기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했다. 정씨의 통화내역을 샅샅이 뒤졌고,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출입기록까지 입수해 분석했다.

결국 정씨와 접촉이 잦았던 두 사람을 찾아냈고, 이들 명의지만 자금 출처가 의심스러운 계좌를 발견했다. 추적 결과 이 계좌에는 15억5000만원이 채권과 주식 형태로 들어 있었다. 애초 생각했던 3억원보다 12억5000만원이 더 많았다. 검찰은 그 돈이 정씨에게서 나왔다는 진술까지 확보해 두번째 영장 청구에서 정씨를 구속시켰다.

검찰로서는 보물 찾기를 하다가 거액의 진짜 돈을 주운 셈이다.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수사는 생물”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측에서 보면 권 여사를 내세웠다가 허를 찔리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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