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목 죄는 탈레반…美 “파키스탄, 투항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목 죄는 탈레반…美 “파키스탄, 투항하고 있다”

기사승인 2009-04-23 17:25:02
[쿠키 지구촌]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 반군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턱밑까지 치고 들어왔다. 북서부 스와트밸리 지역에 거점을 둔 탈레반 세력이 21일 밤(현지시간) 수도에서 북서쪽으로 100㎞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부네르 지역까지 점령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스와트밸리에서 남쪽 수도를 향해 한 걸음 더 전진한 것이다.

현지 목격자들은 이튿날인 22일 로켓 발사대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탈레반군이 주요 도로와 전략적 요충지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순찰을 도는 등 부네르 지역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정부가 파견한 지역 경찰과 당국자들은 이미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군의 진주와 함께 음악 및 영화 판매가 금지되고 여성 외출도 제한받는 등 이슬람 율법(샤리아)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교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네르 지역 정치인 잠셰르 칸은 “정부가 물러섰을 때 우리 역시 저항하길 포기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부네르는 북서지역 주요 도시인 마르단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마르단을 넘으면 바로 이슬라마바드와 2대 도시 페샤와르를 잇는 4차선 도로. 부네르의 점령에 경보음이 울리는 이유다. 북서변경지대의 한 관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네르와 마르단이 넘어가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즉각 파키스탄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파키스탄의 안보 불안은 세계안보에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사실상 투항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측의 이런 반응은 파키스탄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특히 샤리아 허용 문제는 논란이 됐다. 지난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스와트밸리에 샤리아 통치를 허용키로 합의했다. 파키스탄측은 “탈레반에 대한 회유책”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탈레반의 지배를 합법화하는 양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