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개성 접촉의 북한 대표단이 대남 경제협력 분야 담당자인 것으로 23일 드러남에 따라 협상 의제를 개성공단에 한정하려는 북측 의도가 재확인됐다.
북측 대표단 중 직위가 가장 높은 이영호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총사장은 오랫동안 대남 경제협력 업무를 전담해온 '대남경협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월드비전 등 국내 여러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안면이 깊은 인사다. 대표단에 포함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제1국장은 김책공대 출신. 전자공학을 전공한 박 국장은 전자업체 관리 업무를 위해 개성공단 초창기 합류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한 대북단체 인사는 "민경협 폐지 후 대남 조직 개편으로 이 총사장의 직위가 변동됐는지 알 수 없지만 남북 당국간 북측 대표자격인 인사가 그라는 것이 매우 의외"라며 "우리 단체가 협력사안을 논의할 때도 통상 그의 상급자인 김성일 민경련 부회장과 논의한다"고 말했다
대남 경협 업무를 맡은 이들의 면면으로 볼 때 북한은 앞으로 접촉에서 협상 의제를 개성공단에 국한할 가능성이 높다. 북측은 지난 21일 접촉에서도 임금 인상과 토지사용료 지불 등 개성공단 관련 사항에 대한 협상을 제안했다. 남측의 최고 관심 사항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44)씨 석방 문제와 논란이 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현안에 대해선 선을 그은 것이다.
북측이 던진 의제로 볼 때 1차적 목표는 그동안 중단됐던 남측의 지원과 투자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지문 전문에서 '개성공단은 6·15정신의 산물'이라고 언급한 데서도 드러나듯 남측이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시점상으로는 남한의 PSI 전면 참가를 유예시키거나 철회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궁극적으로는 남측과 협상 채널을 열어놓음으로써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고차원의 통미봉남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과의 협상이나 개성공단 유지 목적보다는 남측과의 대화로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의도가 이렇다면 우리 정부가 북측과 대화 물꼬를 트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유씨 억류 문제는 정부의 시급한 해결 과제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적극적인 접촉 의지는 확인한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만남이 시작됐고 북측의 요구사항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지렛대로 남북관계 현안을 해결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기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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