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 불황타파] (6) 67만 회원 짠돌이카페 주인장이 알려주는 ‘불황 속 절약법’

[Cool∼ 불황타파] (6) 67만 회원 짠돌이카페 주인장이 알려주는 ‘불황 속 절약법’

기사승인 2009-04-24 07:00:00

[쿠키 생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매일 꿈꾼다. “회사는 취미로 다녔으면….”
짬짬이 펀드와 부동산에 손을 대는 이유도 언젠가 그날(?)이 올 거라는 믿음에서부터다. 그러나 요즘같은 불황에는 ‘재테크로 손해보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이 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짠돌이 카페’ 운영자 이대표(33)씨의 꿈도 직장인의 그것과 같다. 그러나 이씨는 투자보단 절약을 통해 그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동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 한 켠에서 이씨를 만났다. 책상 위에 동전과 지폐로 배가 불룩한 곰돌이 저금통을 기자에게 들어보인 이씨는 “저금통 하나를 채우는 일이 절약 재테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서울 근교에 34평짜리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할 수 있었던 능력도, 부모님에게 집을 지어 드릴 수 있었던 자금도, 5년 후 현재 일에서 하산하고 취미를 업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모두 절약에서 비롯됐다는 그는 “절약하다보면 돈 버는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웃었다.

짠 내 가득한 이씨의 하루

‘절약의 달인’ 이씨의 일상은 짠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찾은 화장실에서부터 짠돌이의 절약은 시작된다. 세수하거나 머리를 감을 때 물을 반드시 받아 사용한다. 샤워기나 수도꼭지에서 흘려 쓰는 것보다 5배 정도 이상 줄 일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출근할 때
그는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는 승용차에 웬만해서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는 경기 부천에서 여의도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다닌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교통카드를 사용해 차비도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집이 멀어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승용차는 대중교통보다 4배 정도의 비용이 더 나간다”고 말하는 그도 필요할 때는 승용차를 꺼내 탄다. 대신 차량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규정 속도는 칼같이 지킨다. 엔진의 분당 회전수가 시내도로 주행시에는 2000rpm, 고속도로에서는 2500rpm을 넘지 않는다. 그는 “이 기준에 맞추려면 급제동, 급발진, 과속을 할 수 없다”며 “초보운전자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운전하는 습관을 기르면 기름값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또 “자동차세는
보통 일년에 6월, 12월 두 번 납부해야 하는데 이 자동차세를 몰아 한번에 내면 10% 정도가 할인된다”며 “특히 승용차 요일제 참여하면 추가로 5%를 더 할인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점심은 집에서 싸가지고 오는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이씨는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장소나 전자레인지 등을 등 지원도 해줬음 좋겠다”고 했다.
그는 도시락을 챙겨오지 못할 때를 대비해 저렴한 구내식당 리스트를 꿰차고 있다.

이씨는 휴대전화를 쓸 때도 짠돌이 답다. 통화한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 반드시 확인해 본다. 이씨는 “10초 요금이 얼마인지 물어보면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 후 통화 시간을 돈으로 바로 환산해 보면 살 떨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본인 통화 스타일을 파악하는 등 자신과 잘 맞는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가 추천한 사이트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이동전화최적요금제 조회 서비스(010.ktoa.or.kr)다.

날 때부터 짠돌이는 아니였단다∼

이씨는 어릴적부터 2004년까지 경기 부천의 한 초가집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아궁이에 장작을 땠다. 그의 목표는 단지 가난을 벗어나는 것. 돈을 모으 자고 마음을 먹은 뒤 그는 무조건 아꼈다. 지갑을 열지 않을수록 절약에 대한 욕심은 커져 갔다.

“요즘 2%대 금리를 바라보고 저축을 하잖아요. 근데 절약은 아끼는 대로 퍼센트를 올릴 수 있어요. 금리는 고정돼 있지만 절약은 하면 할 수록 100%까지 올릴 수 있죠. (웃음) 이런식으로 절약을 하다보니 20년 동안 돈을 모아서 부모님께 집을 지어 드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절약에 가속도가 붙었어요. 3년 반 만에 집을 지을 수 있었죠. 절약을 실천하다보면 여러가지 돈 버는 아이디어를 떠오릅니다.”


절약으로 덕을 본 그는 ‘짠돌이’란 단어가 가진 부정적인 뜻에 늘 불만이라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짠돌이는 자기를 경영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씨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사전에 짠돌이란 단어의 뜻이 ‘구두쇠처럼 매우 인색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어서 ‘신짠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오픈 사전에 새로운 뜻을 등재했다”고 말했다.

이씨도 처음부터 절약이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 해 받은 첫 월급 60만원을 그야말로 물쓰듯 썼다. 월급이 100만원으로 올라도 마찬가지였다. 2년정도의 사회생활을 마치고 군대에 간 이씨는 군 입대 후 사병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은 채 모두 들고 나왔다. 그는 “사회로 나오니 다시 원위치가 되더라”며 “군에서 모은 금여봉투를 꺼내 액자에 넣고 자린고비가 굴비를 쳐다보듯 돈을 쳐다봤다”고 웃엇다. 그는 그때부터 월급에서 10만원만 쓰고 모두 저축했다. 자신의 가계부와 짠돌이 생활을 담은 일기를 인터넷 카페 ‘짠돌이’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짠돌이 생활에 더욱 증독됐다.

이씨는 절약의 기본을 가계부라고 강조했다. 간식이나 버스비 등과 같이 작은 돈을 지출했을 경우에도 꼼꼼히 적어나가며 돈의 경로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세우면 제풀에 지친다”며 “가계부를 쓰다보면 나중엔 굳이 적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반응해 아끼게 된다”고 말했다.

가계부 말고 이씨가 추천하는 절약법은 돼지 저금통 키우기다. 이씨는 “가계부가 돈의 경로를 관리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돼지 저금통은 성공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라며
“처음에 적은 돈이 나중에 큰 돈을 목표를 이루는 습관을 키울 수 있어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깊어진 불황에 작은 돈을 아끼려다 자칫 우울에 빠지진 않을까. 이씨는 ‘절약 우울증’을 없애기 위해서 목표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목적을 잃어 버릴 수 있고 왜 절약하는 지 몰라 중간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며 “정보교류가 잘 이뤄지는 온라인 사이트나 모임에 가서 선배(먼저 절약을 실천한 사람)과 후배(아직 절약에 세계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본인 스스로이 세운 목표를 다잡고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정보가 옳다고 해도 다 실천하는 것은 무리” 라며 “내가 해야 할 절약을 앞서 절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표씨는

1976년생 서울 출생. 2003년 한국폴리텍대학 기계설비과 졸업. 현재 인터넷 마케팅 회사에서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절약의 달인’ 이씨도 태어날 때부터 짠돌이는 아니였다. 어릴 적 가난이 싫어 버는 족족 쓰며 살던 그가 정신을 차리게 된 이유는 ‘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다. ‘내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행복하게 죽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이후로 이씨는 독하게 절약을 실천했다. 자신이 실천한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만들어 올린 것이 짠돌이 카페의 시초다. 현재 이 카페에는 67만여명의 짠돌·짠순이 가입해 짠내 나는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카페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한 통신사와 5000원짜리 기본요금을 하는 짠돌이요금제를 타진 중에 있다.

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