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이들은 대부분 ‘을’의 입장이 된다. 심지어 자격과 담보를 갖추고 있어도 사정하는 듯한 모양새는 피할 길이 없다.
금융감독기관은 “해주면 안되는 대출을 왜 해줬냐”고 금융기관을 채근하지만 “해줄 수 있는 대출을 왜 안해줬냐”라고 압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금융소비자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줄 수 있는 위원회가 감독기관에 설치되면 이같은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은 최근 ‘금융소비자위원회(이하 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대출권자(금융기관)의 권익은 보호받지만 대출받는 사람의 권익은 거의 보호받지 못하는 등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김 의원측은 “금융관련 제도의 패러다임을 금융기관 위주에서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바꾸자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영국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소비자패널(Consumer panel)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금감원에 금융소비자위원회를 설치하고 매년 감독원 업무 개선사항을 권고하도록 했다.
금융소비자위원회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료를 금감원에 요청할 수 있고 권고사항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수용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위원회 설치는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금융감독원은 마뜩찮은 표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민원제도개선협의회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라는 채널이 다 있는데 별도의 위원회를 만드는 게 실효성이 있겠나”라며 “차라리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금융기관에 강제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주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안에선 위원회 구성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추천하는 금융전문가와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추천하는 금융전문가 등이 포함되도록 했는데 소비자 보호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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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