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은 2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대 한국은행 사이에 형성됐다. 말로만 진행됐지만 3대 1의 ‘난투극’이나 다름없었다. 기득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검사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금융당국과 검사권을 확보하려는 한은의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진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난듯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통합 감독기구가 설치된 국가에서 중앙은행이 검사권을 갖고 있는 사례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은행이 시골에 있는 단위 농협까지 실지 조사권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협조와 운용의 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이성태 한은 총재는 현재로선 통화정책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할 수 없어 단독 검사권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실지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수장들과 한은 총재의 설전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다 정치인들로부터 “실무자들 사이에 문제가 되는 걸 해결하지 못하면 왜 고위직이 있느냐”는 꾸중을 듣고서야 끝났다. “싸움만 하는 국회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던 그동안의 주장이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재정위는 29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어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논란이 여전해 국회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을 단일화할 수 있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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