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초선 모임인 민본21이 4일 '커밍아웃'했다. 그동안 정책모임으로 활동을 제한했던 틀을 깨고 국정운영 방향 수정과 인적 쇄신이란 '강수'를 들고 정치 개혁의 선봉장임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16대 국회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개혁을 주도했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그룹과 17대 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불렸던 한나라당 소장개혁파 계보를 잇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한 셈이다.
민본21은 그동안 이전 소장개혁파 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 왔다. 촛불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계파를 초월해 독자적인 개혁 목소리를 내겠다는 데 의견을 모은 초선 의원 12명은 이후 '몸을 사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입장 표명을 정책 부문으로 제한했다. '목소리만 있고 실천은 없다'는 소장파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이들은 모임 발족 1년까지는 정치 현안 언급을 자제하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정치 개혁을 표방했던 미래연대가 2003년 당권싸움 속에서 최병렬파와 서청원파로 갈라져 모임이 와해됐고, 새정치 수요모임도 2007년 경선 와중에서 빛을 잃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소수 의원이 모임을 주도한다는 시선도 경계했다.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모임 안에 주목받는 사람들 몇몇만 언급되면 모임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다소 일찍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낸 것은 재·보선 완패에 투영된 민심이반 현상이 심상찮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민본21의 개혁 행보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과거 소장파들의 지원과 당내 비주류의 지지가 필수다. 남경필 권영세 원희룡 등 개혁 성향의 구 소장그룹까지 가세하면 전면 쇄신론이 확산될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민본21이 당의 근본적인 모순인 친이·친박간 계파 갈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