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집값 움직임이 심상찮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발 집값 상승세가 판교, 분당 등 서울 외곽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도권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이지더원 단지앞 상가. 1층에 부동산 중개업소만 들어서 있을 뿐 슈퍼나 학원 등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상가와 달리 아파트는 입주가 이어지면서 활기를 찾고 있다. 올 초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지더원(721가구)은 입주율이 70%, 인근 풍성신미주(1147가구) 역시 입주율 80%를 넘겼다.
시세도 뛰고 있다. 풍성신미주 109㎡는 분양가가 4억원 선이었지만 현재 프리미엄이 2억5000만원이나 붙었다. 이지더원 106㎡ 역시 프리미엄이 3억원 가까이 붙어 7억원대를 호가한다. 다만 높아진 가격 탓에 매수 문의만 있고 거래는 거의 없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입주율이 높아지면서 인근 분당에서도 이주를 희망하는 상황”이라며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 정자동 느티마을 주공3단지 89㎡는 지난 3월 4억5000만원에서 최근 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과천 역시 단지별로 5000만∼1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다만 최근에는 호가와 매수 희망가가 차이를 보이면서 거래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과천시 별양동 H공인 관계자는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많이 뛰면서 지금은 숨고르기를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가는 평균 0.1% 오르며 7개월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과천은 5.9%나 올랐고 버블세븐 지역인 성남 분당구와 용인 수지구도 각각 0.4%, 0.3% 올랐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강남 집값이 움직이면 다른 지역도 풍선효과 등 영향을 받게 된다”며 “현재 판교나 분당, 과천 등의 아파트값 상승은 부동산 경기 회복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도 생기가 돈다. 금융결제원 집계 결과 6일 인천 청라지구 등 수도권 4개 단지는 나란히 1순위 마감됐다. ‘청라 한화꿈에그린’은 평균 경쟁률 7.36대 1, ‘청라 호반베르디움’ 역시 평균 2.48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신당동 ‘신당 래미안 2차’와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래미안 에버하임’도 각각 평균 9.56대 1, 12.5 대 1로 마감됐다.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 다른 4개사와 청라지구 동시분양에 나서는 SK건설 관계자는 “회복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와 좋은 입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가격 경쟁력 등으로 분양 성공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인 만큼 추가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 정책으로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집값이 추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지방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월 지방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12개 단지 중 10단지가 청약률 0%를 기록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지방 부동산시장은 미분양이 뚜렷히 줄지 않는 한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과천=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정욱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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