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과도한 지역구 예산 챙기기, 저조한 대국민 신뢰도, 낮은 법안 발의율 및 부실발의…. 우리 국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고, 비효율적인 구조 때문에 각종 폐해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은 지 오래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광역·기초의원에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정치지망생까지 포함하면 우리는 정치가 사회 전반을 과도하게 뒤흔드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선거 때마다 캠프에 사람들이 몰리고, 선거가 끝나면 공적에 따라 각종 이권과 숱한 자리를 나눠갖는 행태는 매번 되풀이 된다. 그래서 정치권 인사들은 늘 ‘로또’를 꿈꾼다. 이런 정치의 거품은 우리 사회의 비효율과 부조리, 비합리와 불신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의원수 증가, 신뢰도는 20%=제헌의회 이후 국회의원 숫자는 꾸준히 늘었다. 1948년 5월10일 총선거로 구성된 초대 국회 의석수는 200명. 6대에서 175명으로 줄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 13대부터 지금까지 299명선이 유지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6대때(2000∼2004년) 잠깐 273명으로 준 적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는 16만2000여명이다. 일본은 의원 1인당 26만여명이고, 러시아는 31만여명, 미국은 70여만명이다. 국토 면적이 일본 러시아 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좁은데도 국회의원 수는 많은 셈이다. 특히 일본은 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480명인 중의원 수를 400명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처럼 의원 수는 과도하게 많지만 국회의 대국민 신뢰도는 여전히 저조하다. 현대리서치의 지난 2월 조사에서 정치인을 신뢰한다는 고교생과 대학생은 각각 3.3%, 1.6%뿐이었다.
생산성 역시 낮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299명이 4년 동안 제출안 법안 수는 6387건이었다. 의원 1인당 연간 약 5건을 발의한 셈이다. 미 의회는 하원의원 435명이 지난 110대 국회 2년동안 7336건을 발의, 1인당 연간 8.4건이었다.
◇정치의 먹이사슬과 부조리=국회의원 수가 많고, 각자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되다보니 불필요한 혈세가 곳곳에서 낭비되는 비효율도 초래한다. 이는 국정 현안보다 지역구 민원 처리를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정치구조 때문이란 지적이다. 지역구 의원 수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부산지역 한 의원은 “한번 지역구에 내려가면 선거때 도와준 부녀회장과 지역 유지들의 취직 부탁과 건축허가 등 민원을 한 아름 안고 올라온다”면서 “가능하면 모두 들어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민원 때문에 버젓이 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선심성 예산’도 봇물을 이룬다. 경기 부양 명목으로 사상 최대로 편성된 28조9000억원 규모의 올해 추가경정예산은 국회 각 상임위원회를 거치며 무려 7조3304억원이 늘어났다. 시급하지 않은 지역 사업예산까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항 수요가 없어 5년째 개항을 미루고 있는 울진공항에도 용도변경 명목으로 49억원이 책정됐다. 지난해 전국 14개 지방공항 중에서 김포·김해·제주 공항 등 3개만 흑자를 내고 나머지 지역 11개는 모두 512억원 적자를 냈다. 의원들이 지역 공항을 앞다퉈 유치하면서 초래한 대표적 부작용 사례다. 예산낭비를 감시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데 앞장선 꼴이다.
특히 이런 부조리는 정치권으로 사람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선거에서 지원했던 후보가 당선되면 이권과 노른자 자리를 챙길 수 있는 ‘밀실거래’ 구조 때문이다. 게다가 광역·기초단체장 공천권까지 쥐고 있는 정치권력은 사회 전반에 ‘정치의존증’을 부추긴다. 지방선거철이 되면 각 지역의 광역·기초단체장들이 대거 여의도로 몰려들어 눈도장을 찍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치구조·의식 고쳐야=따라서 정치권의 밀실거래 구조와 의식을 뜯어고치고 선거 및 공천시스템을 투명하게 바꿔 부조리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 비합리성과 거품을 빼자는 요구도 높다.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은 “국회의원이 자기 밥그릇이랄 수 있는 지역구 현안에 매몰되다 보니 지자체와 업무가 겹치고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선거구를 광역화하고 비례 대표를 늘려 국회의원의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올해 3월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원을 각각 100명과 110명으로 조정함으로써 의원 정수를 현행보다 30% 줄인 210석으로 하는 공직선거법을 발의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도 이와 관련 개선안을
2010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 사회의 ‘정치 거품’이 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뭔데 그래◀ '원칙인가, 몽니인가'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론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