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둘러싸고 대기업은 버티기, 경제단체장들은 으름장

구조조정 둘러싸고 대기업은 버티기, 경제단체장들은 으름장

기사승인 2009-05-14 17: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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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대기업이 씨름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재무개선약정 체결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채권은행에 로비하고 경제단체도 한몫 거들고 있다. 경제수장들은 경제단체와 기업들의 이같은 행태를 ‘버티기’로 몰아세우며 압박하고 있지만 이러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흐지부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포럼 강연에서 “일부 기업의 경우 몇몇 지표가 다소 개선되는 조짐이 있음을 기회로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아직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우그룹의 예를 들며 “모두 건지려고 하다가 전부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며 아까운 기업부터 먼저 팔아야 한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한 포럼에 참석, “경제위기가 올해 2분기로 이어지며 기업이 보유한 여유자금(리저브)이 거의 바닥날 때가 된 것 같다”며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환자(대기업)가 수술대(구조조정)에 오르려고 마취주사를 맞았는데 수술대에 올라가지 않으려 한다”며 대기업을 겨냥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시장의 응징과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 경제관련 부처 수장들이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전방위로 기업을 압박하는 것은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향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계열사 매각 등을 추진한다던 대기업들은 슬그머니 소극적 태도로 바뀌었고 아예 구조조정 대상에서 빠지기 위해 채권은행과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재무약정 체결을 일시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경련은 건의서에서 “지난해 환율 급등 때문에 부채비율이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 업종 특성상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불리하다”며 “조선업종과 항공업 등 영업 특성상 외화부채가 많은 업종은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버티기’가 확산됨에 따라 채권은행의 의지가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채권은행 역시 충당금 적립 문제 등 건전성 비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자칫 대상 기업을 잘못 선정했다가는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을 우려해 약정체결 대상 기업 숫자까지 줄이려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경쟁력을 위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건 맞지만 현실적으로 압박만으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M&A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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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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