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이슬람의 샤리아(율법) 앞에서 신음하던 여성들이 마침내 샤리아 법정의 판사가 됐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팔레스타인 웨스트 뱅크에서 쿨루드 엘 파치 등 2명의 여성이 중동 지역 첫 샤리아 법정 판사로 임용돼 활동 중이라고 14일 보도했다. 여성에게는 교육의 기회조차 제한하는 이슬람 율법의 단단한 ‘유리 천장’이 깨진 것이다.
예루살렘 알 쿠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파치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이 시험에는 49명이 지원해 9명이 선발됐으며 이 중 1, 2등을 한 두 여성이 지난 3월 판사로 임용됐다.
샤리아 법정 판사는 ‘금녀 구역’으로 통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결혼 이혼 상속 등 중요한 사생활이 모두 판사 앞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남성의 부속품이나 다름없는 여성이 법정 한 가운데 앉는다는 것은 그동안 상상이 되지 않았던 일이다.
파치 역시 시험에 합격한 후 검사로 활동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여자는 눈물이 많고 감정적이라 판사에 맞지 않는다”며 내놓고 여성 판사 임용을 반대했다. 그러나 파치는 “내 꿈은 샤리아 판사가 되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이루고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때때로 ‘법률’에 앞서는 ‘전통’이라는 걸림돌을 만나기도 한다. 최근 맡았던 이혼 사건이 그 사례. 60대 남편의 재혼 상대로 결혼한 30대 여성이 이혼에 직면했다. 남편 아들이 재산문제로 당초 결혼을 반대했던 게 원인이었다.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1만1050달러(약 1400만원)의 위자료를 받아야 하지만 남편은 막무가내로 절반만 주겠다고 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여성이 법정에 들어왔을 때 파치는 “무료 변호사를 소개시켜주겠다. 권리를 주장하라”며 중립적 중재자라기보다는 지지자의 입장에 섰다. 하지만 여성의 아버지조차 그녀의 편을 들지 않아 이혼소송은 남편 뜻대로 진행돼버렸다. 파치는 “남자 판사들은 이것을 전통이라고 하겠지만 법이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여성 판사에 대한 어떤 차별이나 혜택도 싫다. 그저 동등하게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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