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불법택시 ‘헤이처’… 당국,단속 난항 골머리

[베이징 라운지] 불법택시 ‘헤이처’… 당국,단속 난항 골머리

기사승인 2009-05-17 15:27:00

[쿠키 지구촌] 중국에서는 어디를 가든 ‘헤이처(黑車·흑차, 일명 나라시)’가 있다. 법적으로 영업이 허가된 차량이 아니어서 이렇게 부르지만 공공연하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미 택시와 함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다. 공항이나 열차역, 시장 등 사람 왕래가 많은 곳이면 어김없이 헤이처가 눈에 띈다.

일요일인 17일 오전 9시 베이징시 왕징의 한 아파트촌 입구. 택시와 함께 헤이처 수십대가 길게 줄을 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사진). 아파트에서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헤이처 운전기사들이 먼저 다가간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은 뒤 자신이 원하는 요금을 제시하고 협상을 한다. 가까운 거리는 10위안(1850원)을 받는 등 통상 택시요금과 비슷하다.

이들은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도 갖고 다닌다. 전화를 하면 집 앞에까지 오고, 약속장소에서 기다렸다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이 많아 사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자가용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헤이처 이용객이 적지 않다.

원모(38)씨는 10여년 전 산둥성에서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베이징으로 온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근로자)이다. 처음엔 공사판에서 막노동도 하고 부동산 업체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돈벌이가 되지 않자 2005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중고 차량 1대를 구입해 헤이처를 시작했다. 한 달에 통상 3000∼4000위안을 번다. 하루종일 아파트촌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지만 가끔 단골손님들이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운전만 할 줄 알면 되는데다 돈벌이도 괜찮다”며 “단골손님이 전화해 장거리를 갈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들 헤이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보편화돼 있는데다 숫자가 너무 많아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충칭, 하이난다오 등 최근 일부 지방에서는 택시기사들이 헤이처 때문에 영업을 방해받고 있다며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오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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