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에 가면 베트남 참전역사 알수 있어요

화천에 가면 베트남 참전역사 알수 있어요

기사승인 2009-05-22 17:43:01


[쿠키 사회]때마침 봄비가 내려 5월의 신록이 더욱 싱그러운 21일 오후 2시.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에 조성된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에는 전쟁의 상흔(傷痕)이 짙게 배어 있었다.


40여년 전 월남 파병 용사들이 전쟁터로 떠나기 전 치열한 전투훈련을 받던 이 곳에는 요즘 전장에서 생사를 함께 했던 옛 전우들이 백발의 노구를 이끌고 희미한 옛 추억을 찾아 방문하고 있다.

기념관 앞 게시판에는 파주 고엽제 전우회 100명, 서울 종로구 참전전우회 50명, 의정부 노인복지관 600명 등 방문 일정이 빼곡하다.

이날 베트남 참전기념관 전시실 앞에서 옛 생각을 더듬으며 하염없이 상념에 젖어있던 맹호부대 출신의 조윤하(64·경기도 가평군)씨와 백마부대 출신의 최재혁(64·강원도 춘천시)씨는 “이 곳에 와서 깜깜하게 지워져 있던 내 삶의 저편을 아스라히 되살릴 수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최씨는 “만남도 좋고 추억도 좋지만 전쟁을 편견없이 사실적으로 조명해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또 역사기록의 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음리 훈련장에는 비둘기부대를 시작으로 백구, 은마, 맹호, 백마, 십자성 등 파월 장병의 90% 정도가 거쳐갔다. 한국은 베트남에 32만5517명을 파병했다. 이 가운데 무려 5000여명의 장병이 이국 땅에서 이슬처럼 사라졌다.

병풍산 기슭 14만㎡의 부지에 펼쳐진 이 곳에서 내려다 보면 오음리를 중심으로 사방 4㎞가 한눈에 들어온다. 앞쪽에는 용화산, 왼쪽에는 청평사 계곡으로 이어지는 오봉산, 오른쪽엔 병풍산이 겹겹이 둘러처져 아늑한 분지를 이루고 있다.

바람 많이 부는 들판과 골짜기라는 뜻인 ‘바람버뎅이골’로도 불리는 ‘만남의 장’은 지난해 10월 개장한 이래 참전 용사들의 성지이자 안보관광, 청소년들의 통일애국의 장으로 웅비의 나래를 펴고 있다.

‘만남의 장’에는 베트남 전쟁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참전기념관과 추모비, 상징탑, 한국군 전술기지와 참호, 훈련 체험장, 내무반, 야외 전투장비 전시장 등이 세워져 있다.

참전기념관 내 전시실은 참전 배경과 일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청룡부대의 짜빈동 전투 등 베트남 전사에 남는 전투와 영웅, 애끊는 편지 사연 등이 눈길을 끌고 희생된 용사들의 이름도 기록하고 있다.

베트콩들의 은신처이자 보급로, 비밀기지 역할을 했던 길이 157m의 구찌터널 모형에는 작전회의실, 무기제작소, 식당 등 당시의 땅속 생활 모습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1965년부터 73년까지 8년5개월 동안 한달 남짓 훈련을 받고 거쳐간 군장병 32만명에다 면회를 왔던 가족·친지까지 합치면 줄잡아 300여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이 마을 주민 오흥복(47)씨는 “군인 아저씨를 가득 태운 군용 트럭의 길고 긴 행렬이 라이트를 환하게 켠 채 배후령 아흔아홉 굽이를 먼지를 날리며 넘어오면 수업을 받다가도 뛰쳐나가 손을 흔들었다”고 말했다.

또 면회객들이 찾아와 돈이 엄청 풀리면서 어떤 집은 돈을 보관할 곳이 없어 천장에 숨겨놓았다가 떨어져 놀란 적도 있었다고 일부 주민들은 전했다.

만남의 장은 개장한지 1년도 안된 초기단계여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천군은 전국 유일의 ‘베트남 참전용사 만남의 장’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장홍일 ‘만남의 장’ 팀장은 “바람 부는 언덕에 5000여개의 바람개비를 돌려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부근에 산재해 있는 평화의 댐, 청평사, 한옥학교, 민속박물관, 안보전시관 등으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를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7월 18일 ‘참전용사 만남의 날’은 올해부터 이 곳에서 정례적으로 열기로 했으며 부대별로 만남의 날을 따로 지정, 운영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병풍산에서 죽엽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개척하고 산림욕장을 개설, 산악인들이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에서 모이도록 하는 방안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죽엽산 봉우리 해발 600m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만들어 대운동장에 내리도록 하고 청소년 병영체험과 서바이벌 게임, 극기 훈련장, 어린이 소풍장소 등 4계절로 이어지는 관광명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로서 ‘만남의 장’ 조성에 앞장 선 김진선 강원지사는 “국가 안보는 언제나 최우선 순위”라며 “참전용사의 안식처이자 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천=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yzbyo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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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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