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오늘 하루 종일 대한문 앞을 떠날 수가 없었다”(같은 곳, 주부 강지혜씨)
서울 등 일부 지역에 한차례 내린 소나기도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마지막 인사를 막을 수 없었다. 봉하마을과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를 포함해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조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대한문 앞 분향소는 한때 줄이 2㎞까지 이어졌다. 노란색 천막 아래 노 전 대통령 영정 사진 앞에서부터 시작된 줄은 한때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지하역사를 통과해 청계광장 옆 파이낸스센터 앞까지 길어졌다. 5∼6시간 차례를 기다렸다는 조문객도 많았다. 누구도 기다리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해가 진 뒤 줄은 영국대사관 골목으로 방향을 바꿨다.
오후 3시쯤부터 줄이 길어지자 4명씩 짝지었던 조문은 10명씩, 12명씩으로 늘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피우고자 했던 담배를 놨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담은 플래카드도 걸렸다. 대한문 앞 분향소는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6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에 사는 신동아(26)씨는 “귀향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람을 끌어내 꼭 먼지를 털어내야만 했나”라며 “어제는 착잡한 심정에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도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 광산동 옛 전남도청 본관 앞에 노사모가 설치한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이 몰려 오후 한때 옛 도청 민원실을 지나 정문 밖까지 100여m 줄이 길어졌다.
일부 시민은 영정 앞에서 묵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추모객들이 아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의 행적을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민형배 전 비서관 등 지역 참여정부 인사들도 자리를 지키며 서거를 애도했다. 이 밖에 대전, 충남, 강원 지역의 민주당 당사 등에도 분향소가 마련됐다.
정부는 정부 차원의 분향소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과 서울역 광장에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는 한명숙 전총리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서울역 광장 분향소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각각 상주를 맡아 25일부터 외교사절과 일반인 조문을 받는다.
서울 성북구 서대문구 구로구 강동구 청사에도 분향소가 마련됐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는 재외공관에 분향소를 준비한다. 전국종합=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김아진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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