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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만일 외국인이 길거리에서 돈을 뿌리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중국에서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왕이는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이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총 응답자 9272명 중 59.2%인 5487명이 “줍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줍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람이 줍는 것을 반대하진 않는다”는 대답도 22.4%(2077명)를 차지했다. 반면 “굶어 죽어도 그런 돈은 줍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18.4%인 1708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논쟁이 일어나게 된 까닭은 최근 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가 중국에서 어린 중학생들을 향해 돈을 뿌리고 이를 앞다퉈 줍는 모습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면서부터다. 지난 23일 리투아니아 농구팀과 게임을 위해 후난성 샹시를 찾은 미국 프로농구(NBA) 하부리그 NBDL의 한 농구선수는 현지 중학교를 방문한 뒤 버스를 타고 학교를 떠날 때 많은 학생들이 구경을 나와 손을 흔들자 이들을 향해 돈을 뿌렸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앞다퉈 그가 뿌린 10위안(약 1835원), 20위안, 50위안, 100위안짜리 돈을 주웠고 일부 학생들은 버스를 푬아가며 돈을 더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이 장면은 현장 사진과 함게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중국 학생들이 거지처럼 돈을 줍는 모습이 창피하다” “국가 체면을 잃었다”는 등 자책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 사람들은 돈을 줍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자존심 보다는 공돈 앞에서 약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베이징 청년보는 평론을 통해 “국가 체면을 잃는다는 말로 아이들을 질책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아이들에게 정확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우선 질책을 받을 사람은 미국 농구선수”라며 “그의 못된 장난짓은 선진국의 우월감에서 비롯됐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잘못된 행위”라고 비난했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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