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강원도내 영농가들에 따르면 “어렵게 구한 인력들이 희망근로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두었다”며 “새로운 일손을 찾기 위해 인력회사까지 알아보고 있지만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횡성에서 복분자 농사를 짓고 있는 권모(45)씨는 “농사일은 아침 7시 이전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여성들 일당이 3만5000원인데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오전 9시∼오후 6시 일하고도 간식비까지 3만6000원을 주고 4대 보험까지 보장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힘든 농사일을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2일 희망근로 참가신청을 마감한 결과 모두 1만806명이 신청해 모집 인원 7563명의 143%에 달했다. 또 확정된 희망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6624명으로 전체의 87.6%을 차지했다. 이처럼 고령 인구가 대부분으로 제도의 도입의 취지인 실업 및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하고, 농번기 일손만 빼앗아 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공근로자들은 6월1일부터 11월까지 6개월간 도로 하천 저수지 주변 제초작업과 쓰레기 줍기, 소공원 정비, 등산로 조성 등의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지역 농민들은 희망근로 프로젝트도 지역 실정에 맞게 영농철 농촌인력난 해결에 우선적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22일, 29일 두차례 농촌 일손돕기 기동단을 지자체 사정에 맞게 운영토록 지침을 내린 상태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도 농가들은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춘천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42)씨는 “춘천지역의 하우스 농가만 해도 엄청난데 희망근로 인원을 다 풀어도 모자랄 것”이라며 “곧 토마토를 수확해야 하는데 외국 근로자까지 일절 못들어오고 있어 죽을 맛”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횡성군 농민회 유만영 회장은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설상가상 농가 인력난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농촌 일손돕기에 최우선을 두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국민일보 쿠키뉴스 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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