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포스트 조문' 정치가 시작됐다. 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론을 공식 제기했고, 한나라당은 대화를 통한 정국 정상화로 답했다. 6월은 임시국회와 노동계의 '하투(夏鬪)' 및 6·10, 6·15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으며, 북한 핵실험으로 시작된 '북풍(北風)'도 거세다.▶관련기사 5·6·7면
포문은 민주당이 먼저 열었다. 조문정국에서 자제했던 정세균 대표는 31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쇄신 및 정책기조 전면 전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대검중수부장 파면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이 부른 억울한 죽음으로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인 반성과 성찰, 책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민 500만명이 추모 분향했다"며 "이 대통령과 정권은 국민의 명령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국민사과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한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법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다만 "현재로서는 당 차원의 장외투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공세에 정면대응을 자제했다. 내부에서는 인적 쇄신과 대(對) 야당 유화론 등 '선제적 대응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지만, 아직은 소수 기류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임기 1년이 넘은 장관 등을 포함한 중폭개각 카드가 여전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 평상으로 돌아가 모든 문제는 국회에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대통령 사과 및 국정쇄신 요구에 대해 "국회를 빨리 열어 대화와 타협, 토론을 거쳐 모든 게 진행돼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당 고위관계자는 "대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 뒤 구체적인 수습책과 관련해서는 "좀 더 두고보자"고 입장을 유보했다. 청와대는 정치적 대응 보다는 북핵 문제 대책, 경제살리기 정책 추진 등 국가적인 아젠다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야당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며 "(민주당의 주장은) 한나라당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희룡 쇄신특위원장, 남경필 권영세 정두언 의원이 노 전 대통령 영결식 당일인 지난 29일 박희태 대표를 면담하고 박 대표 조기사퇴를 포함한 당·청 쇄신책을 주문했다. 이들 개혁·소장파의 목소리가 확산될 경우,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던 당·정·청 쇄신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하윤해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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