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자전거로 3년째 세계를 달리는 한국 청년이 있다. 그의 자전거는 이미 10여개국을 밟았다. 거리는 1만5090㎞. 지구 둘레의 3분의 1을 넘었다.
주인공은 이찬양(28)씨. 최근 본보와 2차례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여행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평소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삶의 압축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2007년 5월29일 자전거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홍콩 마카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의 방방곡곡을 오직 두 다리로 누볐다.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자전거 여행을 떠난 것은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길에서 만나는 작은 것 하나 하나가 매일 같이 주는 감동을 느끼며 세상과 삶을 다른 시각에서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씨는 “여행은 크리스천의 삶에는 좋은 채찍이다. 100%를 믿고 내맡기면 1000%로 돌아온다”고 예찬했다. 이어 “학업은 인생 공부에 10분의 1이라는 말을 듣고 나머지 10분의 9를 찾기 시작했다”며 “여행에 내 인생의 몇 년을 투자키로 했다”고 말했다.
왜 하필 자전거일까. 이씨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서, 너무 빠르지 않은 자전거가 여행에 안성맞춤”이라고 대답했다. 처음 자전거 세계일주 계획을 밝히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젊어서 1년은 늙어서 10년과 같다”며 완강히 반대했다. 친구들은 “며칠 후면 힘들어서 돌아올텐데 한번 가봐라”고 놀렸고, 직장 동료들은 “인생 참 편하게 살려고 한다” 며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페달을 밟자 어려움은 모두 사라졌다. 당초 3년 계획은 5년으로 바뀌었다. 여행 중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한 두 달 머물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도 웨스트벵갈 미릭에서 지역 주민들과 콘서트를 여는 등 현지 선교사들을 도왔다.
이씨는 여행 전 통·번역과 대리운전 등 ‘쓰리잡’을 뛰면서 6개월 동안 1200만원을 경비로 모았다. 일단 자전거와 장비를 마련하는데 600만원을 썼다. 이씨는 “남은 600만원으로 3년을 여행하려면 하루 평균 6000원 아래로 써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하루에 평균 3달러만 쓰면서 버텼다.
그런데 현지에서 생각지도 않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여행기를 올리는 인터넷 홈페이지 ‘찰리의 자전거 세상’에도 알음알음 후원이 늘었다. 이씨는 후원금을 모아 여행 중 만난 사람에게 기부한다. 최근에는 인도의 한 청년 선교단체에 악기와 음향기기를 선물했다.
이씨의 일과는 단순하다. ‘달릴 때’와 ‘달리지 않을 때’로 구분된다. 달리는 날은 보통 오전 9시에 출발해 해지기 전까지 100㎞ 정도 나아간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숙박은 가능하면 텐트에서 해결한다. 그는 ‘전진하는 구간은 자전거만 탄다’ ‘비행기는 세계일주 동안 3번 이상 타지 않는다’ 등 스스로 세운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씨에게 안정된 직장에 대한 욕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까. 그는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취직할 수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여행의 끝에서 어느 나라에 안착할지 모르지만 평신도 선교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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